김익태 목사(코네티컷한인교회)
올해는 8.15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해방 70주년을 기뻐하고 감사해야 하는 날이지만, 동시에 분단 70주년이라는 아픔을 되새기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광복절 때마다 남북한 한민족의 통일을 더욱 더 소망한다.
구약 성경 말씀 중 다니엘 9장의 배경은 이스라엘이 바벨론 제국에게 멸망을 당하여 먼 이방 땅에 포로로 끌려와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 간지 70년이 되었을 때였다. 그런데 이 때 이스라엘을 멸망시켰던 바벨론 제국이 메대 제국에게 멸망을 당하는 일이 일어난다.
당시 다니엘은 하나님의 은총을 입어 단 6:2에서처럼 메대 제국의 총리직에 오르고 어느 날 다니엘 성경의 말씀을 읽다가 큰 비밀을 깨닫는다. “곧 그 통치 원년에 나 다니엘이 책을 통해 여호와께서 말씀으로 선지자 예레미야에게 알려 주신 그 연수를 깨달았나니 곧 예루살렘의 황폐함이 칠십년 만에 그치리라 하신 것이니라” (단 9:2).
바벨론에서 칠십년이 차면 이스라엘 땅의 회복을 시작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언약이었다. 그리고 그 언약대로 이스라엘을 멸망시켰던 바벨론 제국이 무너지고, 포로 되었던 이스라엘 민족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회복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우연히 이루어진 회복이 아니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광복을 위해서 지난 70년 동안 철저히 준비시키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벨론 포로로 끌려갔을 때, 회복의 때를 위하여 자녀들에 대한 올바른 신앙 교육에 집중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과거 자신들이 행했던 분열과 반목, 불순종과 우상 숭배 등의 잘못들을 다시는 범하지 않도록 반복적으로 철저히 신앙 교육을 했다.
바른 신앙 교육을 위해 말씀과 기도의 장소인 회당을 세웠으며, 유대인의 지혜의 책인 탈무드를 집대성 했다. 가정과 회당을 중심으로 일반 교육은 물론이고, 신앙 교육을 철저히 시켰다. 70년 동안 눈물을 흘리며 함께 회개했고, 자손들이 그것을 기억하게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한 교육 방식이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유대인들의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제2의 광복인 통일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할까? 자녀들을 한국과 미국의 일류 대학에 보내면 될까? 일류 기업에 취직시키면 될까? 물론 그것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만약 우리 자녀들이 뿌리를 잃어버린 채, 개인의 출세에만 집중한다면 어찌 그들이 미래에 민족을 회복시키고 나라를 세우는 일에 헌신할 수 있겠는가?
먼저 부모가 자녀들에게 올바른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어야 한다. 자녀들은 부모의 거울이다. 부모 된 우리가 제대로 신앙의 모습을 갖지 못하면, 자녀들이 신앙을 지키기 더더욱 힘들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손자 손녀들이 조국의 통일과 회복을 위해 귀한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우리의 민족적 뿌리와 역사, 신앙 교육에 힘써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다.
최근 부모님께서 미국을 잠시 방문하셨다. 10일의 짧은 여정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고, 또한 부모님도 가장 좋아하셨던 것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 째는 여행 때마다 3-4시간씩 함께 차를 타고 가며, 피난민 출신이신 아버지의 어렸을 적 피난 나오신 이야기와 인생 이야기를 제 아이들과 자세히 들은 것이다. 아버지의 인생 스토리를 40세가 넘어서야 이제 겨우 이해하게 되었다.
또 하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시기 전날 밤, 부모님께서 보고 싶어 하시던 한국 영화 ‘국제시장’을 부모님과 나와 아내, 그리고 나의 두 아들 등 삼대가 함께 모여 본 것이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1.4 후퇴 때 배를 타고 피난 나올 때가 열 살이었는데, 아버지도 1.4 후퇴 때 배를 타고 나오신 때가 10살 때였다. 주인공은 피난 가운데 아버지와 여동생과 헤어지게 되는데 아버지도 피난 때 어머니, 남동생, 여동생과 헤어져 지금까지도 이산가족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께서 영화를 보시면서 눈물을 많이 흘리셨다.
아버지가 그렇게 눈물을 많이 흘리신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특별히 한국 역사와 아픔에 대해서 잘 모르는 고등학생인 큰 아이와 초등학생인 둘째 아이도 많이 울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할아버지의 눈물을 본 아이들은 자신들의 뿌리가 되는 한국의 아픈 역사와 민족의 슬픔과 애환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알게 된 것이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먼저 가정에서 부모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자녀들에게 올바른 신앙과 역사와 정체성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초등학교 세계사책에 한국의 역사가 얼마나 나오는지 아는 가? 몇 줄 되지 않는다.
정보도 아주 옛날 것이고 심지어 큰 아이의 미국 고등학교의 세계사책을 보니 한국에 관한 것이라고는 반 페이지에 6.25 전쟁에 관한 것뿐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 자녀들이 한국의 뿌리에 대해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미래의 비전을 품을 수 있겠는가?
최소한 주말 하루 저녁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정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신앙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한국에 대해 이야기 해 주며, 미래에 자녀들이 감당할 비전에 대해 공유하시기를 제안한다.
어린 자녀들이 분위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말 저녁 식사에는 촛불을 켜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머니는 식사 기도를 하고 아버지는 짧은 성경 말씀 한 구절을 읽으며, 짧게라도 그 의미를 알려주고 어떻게 삶에 올바르게 적용할 수 있을지 자녀들에게 전해준다면 아이들은 평생 그 말씀과 교훈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런 자녀들을 세우시사 무너진 곳을 보수하고 끊겨진 곳을 회복시키는 회복자로 사용하실 것이다.
광복절 70 주년을 맞은 이때 우리와 우리 자녀들이 제 2의 광복인 평화 통일을 이루는데 있어서 그러한 영적인 산소와 생명의 혈액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