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20년차인 A씨는 동창들 모임에서 최근에 이주해온 고교시절 같은 반 B씨를 만났다. 학창시절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으나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부인과 자녀들도 친하게 지내는 관계로 발전했다.
위험한 지역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던 A씨와 한국에서 식당 경험이 있는 B씨는 의기투합해 동업으로 식당을 인수했다. 처음 몇 개월은 리모델링과 새로운 메뉴 개발 등 미래의 희망으로 부풀었지만 서서히 문제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첫째는 수입의 만족도에서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했다. 집을 소유하고 있는 A씨는 최소 1만2,000달러의 수입이 필요했지만 B씨는 절반도 안 되는 4,000달러면 충분했다. 월 평균수익 1만8,000달러를 나누면 B씨는 저축도 가능한 여유 있는 금액이지만 A씨는 3,000달러 적자가 발생해 동업자 간 성공과 실패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민 20년 차이인 두 사람의 정서적 간격과 성격 차이로 사소한 감정의 골이 생기더니 어느덧 껄끄러운 사이로 변해간다. 세 번째 문제는 홀에서 서빙하는 두 와이프 간 감정적 차이에서 나타났다. 더운 주방에서 힘겨운 노동을 하는 자기 남편이 더 고생한다 믿고 있는 B씨 아내의 생각과 반대로 A씨 아내는 손님들의 컴플레인을 들어가며 종업원 관리 등 잡다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동분서주하는 자기 남편이 더 희생한다고 불만이다.
동업의 정의는 두 사람 이상이 투자해 공동으로 운영하고 책임도 함께 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자신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큰 사업을 바로 시작할 수 있어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서로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를 창출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힘을 합치면 혼자서 극복하기 힘든 사안도 거뜬히 넘길 수 있어 유리하다.
실패할 경우도 개인의 피해를 최소화해 재기가 용이하게 하는 것은 동업이 가져다주는 장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업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고 많은 부정적 결과들만 주위에서 보고 듣는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들의 인식 속에 ‘동업=실패’라는 등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실패에는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위 사례에서 보았듯이 수입의 불균형과 가치관의 차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감정적 인식 차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동업은 사업의 본질보다 참여자들의 감정변수가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 하려면 수익을 얻기 위함인지 아니면 일자리가 필요한 것인지 처음부터 동업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동업의 취약점은 의사 결정의 주체가 여럿이라 빠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 이다. 또한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업이 잘되면 이익을 더 많이 차지하거나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동업자 간 갈등으로 회사가 무너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는 인간이 언제나 이성적 판단을 유지할 수 없음을 증명한다.
이렇듯 시시각각 마음이 바뀔 수 있고 사정에 따라 입장도 바꾸는 인간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주식회사 법이다. 사업의 성격과 형태 그리고 각 사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이 제도는 동업의 장점을 살리면서 부정적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해 둔 것이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전문직은 참여자가 많을수록 +효과를 가져 오지만 일반 사업은 반대다. 라이선스가 필요한 직종은 사람 수 만큼 수익 창출이 가능한 자동차 대수를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일반 사업은 트럭 한대를 핸들과 브레이크 그리고 액셀러레이터를 억지로 나눠서 운전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 A씨는 주방을 맡고 있는 B씨의 요리 실력이 부족해 더 이상 매상이 오르지 않는다 불만이고 B씨는 A씨의 고객관리 능력이 미흡하다 느낀다. 분명한 것은 A와 B가 가져가는 수입의 절반이면 그들보다 능력이 뛰어난 셰프나 홀 매니저를 고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너를 해고할 수 없음이 동업의 한계인 것이다.
한인들이 동업으로 성공한 대표적 분야는 부동산과 은행이다. 사업의 특성상 투자만 하고 같이 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동업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함께 일하지 말고 주식회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