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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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품 못 떠나는 한인 ‘캥거루족’ 급증

2015-08-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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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 못해...학자금 대출 갚으려고...자립기반 마련위해

#사례. 3년 전 뉴욕주립대를 졸업했지만 최악의 취업난 속에 일자리를 얻지 못한 김 모(퀸즈 거주)씨. 아침 마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며, 종종 ‘아버지 차’를 몰고 나가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물론 휴대폰 통신비 등 자잘한 것은 부모님께 손 벌리기 일쑤다. 물론 간간이 아버지가 운영하는 청과상에서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고 있지만, 취직을 위해 다니고 있는 엔지니어 자격증 학원비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모에 의지하고 있는 김씨에게 홀로서기란 아직 아주 먼 나라 이야기다.

#사례.이 모(뉴저지 거주)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한지 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부모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 학자금 대출을 갚고 결혼 등 목돈 마련을 위해 월급의 대부분을 쓰다 보니 홀로 독립할 집세를 납부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부모님 집에서 하루라도 빨리 탈피하고 싶지만 금전적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면서 “앞으로 2년은 더 있어야 독립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푸념했다.
대학 졸업을 하거나 취업을 한 뒤에도 부모에 얹혀살며 경제적 의존을 끊지 못하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한인사회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

흔히 취업할 생각을 않고 직업 교육도 받지 않는 이른바 청년층 백수를 뜻하는 ‘니트족’(NEETㆍ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아닌데도 여전히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청년층 취업난 가중되면서 한인사회 뿐 아니라 전체 미국 사회에서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퓨 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내 18~34세 사이의 청년 세대 중 부모에 의존해 살고 있는 비율이 2007년 22% 대에서 올해 26%로 늘어났다.
흔히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미국내 젊은 계층의 4명 중 1명은 ‘캥거루족’인 셈이다. 숫자로 따지면 미국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18~34세 사이 젊은층의 수가 지난 2007년 1,340만여명이던 것이 2015년에는 1,630만여명으로 300만명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내 경기회복세로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고용 상태가 나아지고 평균 임금도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취업 후 혼자 독립해 사는 청년층은 오히려 71%에서 67%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취업 후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한 청년들도 완전한 독립에는 이르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아파트 렌트, 자동차 페이먼트를 지원 받고 생활비는 자신이 부담하거나, 반대로 일부 생활비를 부모에게 지원 받고 기타 비용은 자신이 부담하는 경우들도 많다는 게 캥거루족들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렌트 상승과 학자금 부채 증가를 꼽고 있다. 특히 앞으로도 미국 내 주요 도시들의 주거비용이 계속해서 높아짐에 따라 캥거루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대학졸업을 앞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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