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이라는 씨름선수 출신 이종격투기 선수가 있다. 키 218cm, 체중이 160kg이나 나가고, 머리가 크고, 얼굴이 울퉁불퉁해 별명이 ‘골리앗’이다. 그가 이렇게 큰 몸과 얼굴을 가지게 된 원인은 ‘말단비대증’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을 생산하는 세포가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 있는데 이 세포가 계속 자라는 종양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많은 양의 성장호르몬이 계속 나온 것이다. 결국 2008년에 최홍만 선수는 뇌하수체의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그 후 키는 218cm 그대로였지만 몸무게는 160kg에서 135kg으로 줄었다.
뇌하수체는 직경 1cm 정도의 작은 기관으로 뇌의 바닥 쪽에 달려 있다. 여기서 여러 가지 호르몬들을 분비하여 갑상선, 부신, 고환, 난소, 유방, 골격 등 여러 기관들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하수체에 종양이나 염증 등의 원인으로 손상되면 그 기능이 떨어져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hypopituitarism)이 된다. 반대로 호르몬을 과다하게 생산 분비하게 되면 ‘뇌하수체 기능 항진증’(hyper pituitarism)이 된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여러 종류가 있다. 이 중 청소년 시기에 키가 크게 하는 성장호르몬이 있는데 이것이 부족하면 왜소증이 나타난다. 반대로 성장호르몬이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과다 분비되면 거인증이 나타나고 성장판이 닫힌 후에 과다 분비되면 손, 발, 턱, 코 끝 등이 굵어지는 말단 비대증이 생긴다.
최홍만 선수는 거인증과 말단 비대증이 다 있는 경우다. 이외에도 유선을 자극하는 유즙 분비 호르몬(prolactin)이 있고 고환이나 난소를 자극하여 주는 성선자극 호르몬(FSH)이 있다. 만약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사춘기의 청소년들에게서 2차 성장이 나타나지 않는다.
성인 남자들의 경우에는 고환의 기능이 저하하여 남성 호르몬의 생산이 줄어들고, 정자의 생산이 감소하여 불임이 될 수 있다. 갑상선을 자극하는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이 부족하면 갑상선의 기능이 저하되어 피로를 많이 느끼고 추위를 많이 타고, 피부가 거칠어지고,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부신피질에서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이 부족하게 되면 기운이 없고, 식욕이 저하되고, 어지러움을 잘 느끼면서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이것이 과다 분비되면 팔다리는 살이 찌지 않고 얼굴과 몸통을 중심으로 비만해지면서 피부에 쉽게 멍이 잘 들고, 고혈압, 당뇨병, 생리불순, 다모증 등이 동반된다.
뇌하수체 기능 항진증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질환이 ‘뇌하수체 선종’(pituitary adenomal)이다. 뇌종양의 약 10%를 차지하는데 다행히도 악성(암)이 아닌 양성 종양이다. 이 종양은 상당히 자라서 주위 구조물을 압박하여 발생하는 증상에 의해 발견된다.
예를 들면 시야장애, 시력저하, 복시, 두통 등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이 종양이 정상 뇌하수체를 압박하여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하수체 선종의 기본적인 치료방법은 수술이다. 과거에는 이 종양을 수술하려면 머리뼈를 잘라내는 경두개 접근법이 사용되었으나 1980년 후반에 코를 통해 뇌바닥으로 접근하는 경접형동 수술방법이 개발되어 머리뼈를 잘라내지 않고, 콧구멍을 통해 내시경과 현미경을 사용하여 수술한다.
수술 후 이틀이면 퇴원하고 부작용이 최소화된다. 그러므로 서서히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력 저하되는 경우, 뇌하수체 종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여러 호르몬의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뇌하수체 종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런 분들은 꼭 내과 전문의와 상의해 보기를 권한다.
문의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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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 /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