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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체스터/ 교육칼럼: 우리가 꼭 남겨 주고 가야할 유산

2015-08-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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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영(웨체스터 씨드 학원 원장)

8월에 어울리는 여행은 어디일까? 10년 전, 나는 교육자가 된다면 꼭 한번 순례해야 할 곳이 있다고 생각했던 곳, 바로 아우슈비츠(Auschwitz) 강제 수용소로 향했다.

나치 독일군들이 유태인들을 학살하기 위하여 만든 이 옛 수용소를 찾고 싶었던 이유는 한 사람의 잘못된 사상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내 자신에게 상기시키기 위함이었다.


만약 히틀러에게 한 사람의 선생이 있었다면 과연 그는 영혼이 없는 사람이 되었을까? 그러나 아우슈비츠를 꼭 방문하지 않아도 그 현장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명감독 스티븐 앨런 스필버그(Steven Allen Spielberg)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를 보면 아우슈비츠를 정말 똑같이 재연해 놓았다.

“쉰들러 리스트”는 독일인 쉰들러가 약 1,200명의 유태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기 위해서 작성했던 명단이다. 유태인 3세인 스필버그 감독은 부모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는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상의 이야기를 후세에게 물려주고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영화 주제 음악에는 이스라엘계 바이올린의 거장 이작크 펄먼(Itzhak Perlman)이 참여했는데 고뇌(pain)와 비애(sorrow)가 실려 있는 그의 눈물의 멜로디는 시청자들의 감정을 극대화 시켰다. 특히, 영화 맨 마지막에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들을 연기한 연기자들이 쉰들러의 비석에 함께 헌화하는(paid tribute) 모습은 이야기의 진실성(authenticity)을 보여 주었다. 이렇게 두 거장의 만남은 풍부한 예술성과 감성을 지닌 다큐멘터리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만고불후의 명작으로 남겨놓았다.

나는 아우슈비츠 방문에서 이스라엘에서 온 중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을 인솔해서 온 선생님이 뼈아픈 이야기를 하자,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들었고 어떤 학생은 아무 표정 없이 그저 비통하게 수용소를 바라보았다. 지워버리고 싶은 처참한 역사의 부분을 그대로 보존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는 유태인들이 놀라웠다.

이런 역사의식을 가진 유태인들 앞에, 1970년 브란트(Brandt, Willy)총리는 독일 총리로는 처음으로 폴란드의 바르샤바 유태인 기념비에 가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였고, 최근 5월의 메르켈 총리는 “희생자들을 위해, 우리 자신을 위해,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기에, 독일은 나치의 만행을 현재 독일 역사교과서에 자세히 서술하며, 거듭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영원한 책임을 인정하는 독일을 보면서 후세 유태인들은 그들의 조상을 얼마나 존경할까?

8월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한다.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가야 하는 가?
우리들도 자손들에게 우리의 상처받은 과거를 전달하고 치유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언젠가 일본이 우리 앞에 무릎을 꿇을 때에, 우리도 이렇게 대답해야 할 것이다. “당신을 용서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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