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영준 화백, 9월11일부터 시카고서 개인전

2015-07-30 (목) 12:00:00
크게 작게

▶ ‘예술이란 한계 없는 빛…절대적 긍정’

유영준 화백, 9월11일부터 시카고서 개인전

오는 9월 시카고 배화랑에서 전시될 작품 ‘우리가 진정 기다리는 자가 누구인가’라는 작품 앞에 서 있는 유영준 화백

유영준 화백의 DNA는 아무래도 켈트족이거나 게르만족이다. 그의 작품이 어둡고 심각해서만이 아니다. 삶을 성찰해 나가는, 그 예술정신의 진지함 때문이다. 한 여름의 땡볕을 피서하며, 그녀는 요즘 중세 성배 수호 기사들과 열애에 빠져있다. 작업실이 온통 황금빛 얼굴, 황금빛 철사 투구를 뒤집어 쓴 기사들로 도배되어 있다. 웬지 먼 시간 여행을 떠나 중세에 와 있다는 느낌. 그러면서도 어딘가 우직하고 충직한 기사들로 가득찬, 견고한 성에 와 있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오는 9월(11일) 시카고 배 화랑에서 그녀의 전시회가 열린다. 그녀의 제 28회 개인전이자, 시카고에서만 9번째 열리는 개인전이다. 10월2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서 유화백은 그녀의 역작(회화) 15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자화상’, ‘메모리 오브 타임’ 등 ‘옷 시리즈’에 이어 ‘평범한 성자 시리즈’로 지난 10여년을 보낸 유 화백은 새로운 시리즈에 도전, 전시회를 열게 된 배경으로 8년 전 인도 여행에서 받은 감회를 꼽았다. 영원 속에서 삶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그 삶과 死의 거리가 바로 옆이라는 것,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 것이 바로 갠지스 강가였으며… 흔한 죽엄과 화장하는 모습 등을 통해 삶과 죽음은 하나이며, 또 죽음의 숙명체인 인간이 가지고 있는 종교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가져다 주었다.

그랜드 캐년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계곡에 길을 내고 구멍을 뚫어 수많은 굴을 만들고 굴마다 가득찬 수 천, 수 만개의 불상을 조각해 낸 인도인들을 보면서, 인간이 기원하고자 하는 그 염원이 바로 오늘, 아니 고대부터 참고 인내해 온 인류의 얼굴이자 바로 그 빛 덩어리이기도 했다. 그것은 또 얼굴이자 조각, 조각이며 덩어리… 바위이기도 했다.


유화백은 오래 전부터 초상화를 그리고 싶은 동경이 있어 왔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바위 속에 길을 뚫고 굴을 내어 불상들을 조각해 낸 종교적 염원과 인내의 얼굴… 바로 그 빛의 덩어리를 그리고 싶었다. 얼굴에 칠해진 황금색은 ‘달과 해가 합한 모습’(니체)이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이 땅에 묻힌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엇보다도 고대로부터 인간이 견디어 온 인종과 고통의 바위일 것이다. 그림은 혼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각기 제 갈 길을 찾아간다.

이번 전시회도 각기 작품마다 갈 방향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유화백은 자신의 예술을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어떤 시대라도, 헐뜯고 비판하고 반항하는 예술은 산화하고 만다”는 까뮈의 말로서 그녀의 예술 철학을 대신했다. 한때 번창하던 초현실주의가 요즘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듯, “좋은 예술이란 빛과 긍정”이라고 말한다. 하늘 아래 예술이란 한계가 없고 절대가 있을 뿐이다. 박물관이 대중과 너무 가까워지려고 애를 쓰는 바람에 예술의 진정성이 흐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유화백은 종교도 그렇고 예술도 그렇고 너무 대중의 취향에 맞추려다보니 본래 추구하려던 본질이 없어져 버리고 마는 것 같다며 종교나 예술이나 영혼을 이끌어야 하는 본래의 사명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젊은 예술가들에게 바라는 바는, 회화를 멀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인 폴 발레리가 말했듯 ‘회화야 말로 가장 지성을 요구하는 장르’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회화보다는 컴퓨터, 비디오 아트에만 치중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낀다는 유화백은 그럼에도, 예술이나 종교나 가장 썪고 있던 시대에 훌륭한 선각자들이 나타났다며 “숨어서 분발하는 작가… 그들이 다시 세계의 화단을 화려하게 꽃피울 날을 소망한다”는 말로 전시회의 소감을 대신했다.

▶작가 연락처 (925)736-0937.

▶유영준 전시회 : 9월11일- 10월20일, Andrew Bae Gallery. 300 Weat Superior St. Chicago.IL 60610. (312)335-8601. www.andrewbaegallery.com

<이정훈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