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주 니덤(Needham)에 베라스템(Verastem Inc.)이라는 바이오 제약회사(biopharmaceutical company)가 있다.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회사다.
이곳이 다른 제약회사들과 다른 점은 일반적인 약이 아닌 암 줄기세포(Cancer stem cell)를 타겟으로 하는 약을 개발한다.
필자의 견해로는 만약 이 암 줄기세포 이론이 맞고 이를 표적으로 하는 약이 개발될 수 있다면 암 치료에 있어서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암이 난치성 질환인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암 줄기세포 이론이다. 1997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존 딕 교수는 백혈병 환자를 연구하던 중 매우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하였다.
백혈병 환자의 혈액 속에는 암으로 변화한 백혈구 세포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이런 백혈구를 쥐에 주입했을 때 실제로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세포는 극소수라는 것이다.
바로 이 세포들이 암 줄기세포라는 것이다. 백혈병 환자의 혈액 속에서 암 줄기세포를 발견한 이후 유방암, 결장암, 뇌암, 췌장암 등의 고형암 등에서도 암 줄기세포가 잇달아 보고되었다. 그럼 과연 암 줄기세포란 무엇이기에 이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암 줄기세포란 암의 근원, 즉 암의 종자(seed)가 되는 세포다. 자기와 똑같은 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기복제 능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다분화 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암 줄기세포들은 일반적인 암 세포뿐만 아니라 자신과 똑같은 암 줄기세포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일반 암세포는 일정 횟수 분열을 하면 죽는데, 암 줄기세포는 지속적으로 분열한다고 알려져 있다.
암 치료에 있어서 이런 암 줄기세포가 왜 문제가 될까? 일반적으로 암세포는 세포 주기(cell cycle)가 있다. 즉 암세포가 분열 증식하기 위해 열심히 유전물질을 만드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휴지기가 있다.
통상적으로 항암 화학요법(chemotherapy)이나 방사선 치료(radiation therapy)는 암이 분열 증식, 즉 나눠지는 단계를 공격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그러나 암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휴지기에는 효과가 미미하다. 암 줄기세포는 일반 암세포보다 휴지기에 있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이런 일반적인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로는 사멸하기가 어렵다.
즉, 적의 공격이 격렬한 시기에는 숨어 있다가 공격이 끝나면 다시 활동을 개시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암 치료를 통해 처음에는 암의 덩어리가 작아지고 없어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국 이는 일반 암세포만 죽이는 것이지 암의 근원이 되는 줄기세포는 죽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남은 암 줄기세포는 몸의 다른 곳으로 전이되어 또 다시 일반 암세포와 자신과 똑같은 암 줄기세포를 만든다는 이론이다. 또한 암 줄기세포는 자체적으로 손상된 DNA를 수리하고 독소를 제거해서 자력 갱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치료에 대한 저항성이 더 있다는 보고도 있다.
암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일단 암 줄기세포인지 아닌지를 구분해 주는 특정 표면 단백질(표지)이 모든 암 줄기세포에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떤 경우는 일반 암세포도 이런 표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암 줄기세포를 구분해 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암 줄기세포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또한 암 줄기세포를 죽인다고 하더라도 일반 암세포도 항암 화학요법 등에 저항하여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암 줄기세포가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설상가상으로 어떤 연구자들은 일반 암세포들이 간혹 암 줄기세포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암 줄기세포에 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암의 완치로 향하는 길목에서 반드시 정복되어야 할 개념이다.
문의 (213)38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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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훈 / 암 전문의 엘에이 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