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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리 위안부기림비 결국 무산되나

2015-07-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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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리한인회, ‘3년간 창고방치 기림비’기증제안 거부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청신호가 켜졌던 ‘뉴저지 포트리 위안부 기림비’ 건립이 또 다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3년째 창고에 방치<본보 6월5일자 A1면>돼 있는 위안부 기림비 재사용에 포트리 한인회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발단은 3년 전 한창연 전 한인회장과 함께 포트리에 세울 기림비를 만들었던 버겐한인회 김진숙 회장이 최근 포트리 한인회 측에 해당 기림비를 기증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문제의 기림비는 2012년 당시 김 회장과 한 전 회장이 ‘외부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건립 직전 무산돼 지금까지 방치된 상태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외부인이 아닌 포트리 한인회가 직접 해당 기림비를 세운다면 ‘외부인’이라는 걸림돌이 말끔히 해결될 것으로 판단, ‘기증’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특히 포트리 시정부가 최근 ‘올해 안에 기림비를 세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한터라, 사실상 시정부와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포트리 한인회가 아무런 조건 없이 기림비를 세워줄 것으로 기대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여기에 2세인 폴 윤 포트리 한인회장까지 긍정적인 답변을 하면서 포트리 위안부 기림비 현실화에 한 걸음 다가간 듯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김 회장의 제안을 전해들은 포트리 한인회가 최근 내부 논의 끝에 이 제안을 사실상 거절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본보와 만난 포트리 한인회 관계자는 “포트리 위안부 문제는 앙금이 깊다.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기림비는) 모양적으로도 그렇고,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맞질 않는다”면서 “기림비를 세워야 한다는 인식에는 동의하지만 그 기림비는 안 된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당장 다른 대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포트리 한인회는 3년 전 큰 논쟁에 휩싸였을 당시 기림비가 아닌 ‘소녀상’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소녀상 건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포트리 시의회가 ‘소녀상’이 일본 정부를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한바 있어 쉽지 않다는 평가다.

또한 올해 초 포트리 한인회 송금주 이사장 등이 새로운 기림비를 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제작비 모금운동 등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시간낭비라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당시 송 이사장 등은 문제의 기림비를 반대하는 이유로 김진숙 회장과 한창연 전 회장 등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본보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포트리 위안부 기림비 문제에 정통한 한 한인은 “당장 세울 수 있고, 모든 게 준비돼 있는 기림비를 왜 반대하는지, 그 명분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면서 “누가 만들었는지가 왜 중요한가. 당장 누구라도 세우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림비 기증 의사를 밝혔던 김진숙 회장은 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포트리가 아닌 다른 지역에 세우는 방안을 노력해 보려한다”면서 “그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는 게 목적인 위안부 기림비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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