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칼럼에 이어 암과 면역치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과거에 한국에서 살 때 가끔씩 경찰에 불심검문을 당한 적이 있었다. 검문(check point)은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고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한 중요한 경찰활동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검문을 당하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면역체계에도 이런 검문이 있다. 이를 면역검문(immune check point)이라 한다. 우리 몸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면역체계에 무슨 검문이 필요할까?
쉬운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독감이 걸렸을 때 열이 나고 근육통이나 관절통이 생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사이토카인(cytokine) 때문이다. 즉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외부로부터 침입한 바이러스를 인지하면, 이를 죽이기 위해 다량의 면역세포들이 동원되고 이 면역세포들은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한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이런 사이토카인은 바이러스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열, 두통, 불쾌감, 근육통 등을 유발한다. 만약 바이러스를 죽이고도 면역체계가 억제되지 않고 계속해서 활동한다면 우리는 평생 열,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을 앓을 수밖에 없다.
면역검문은 바로 면역세포들이 할 역할을 다 한 후에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도록 면역을 비활성화 시키는 시스템이다. 말하자면 신나게 달리는 면역체계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것이다.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작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면역치료제가 이론과 달리 실전에서 기대 이하의 효과를 나타내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면역검문 현상 때문이다.
암세포는 독감 바이러스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적이다. 암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그 중의 하나가 이 면역검문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암세포는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면역세포들에게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면역세포가 최선을 다해 계속 활성화가 되어도 암을 제어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한데 그 활동에 제약이 가해지면 그 결과는 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이런 면역검문을 억제함으로써 면역체계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신약들이 개발되어 암 치료의 새 지표가 열렸다.
니볼루맙(Nivolumab)과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이 바로 이런 면역검문 억제제로서 최근 흑색종, 폐암 등에 치료제로 승인되었다. 필자의 견해로는 앞으로 이런 면역검문 억제제들은 거의 모든 종류의 암에 단독으로 혹은 다른 약제들과 병용되어 사용될 것이다.
이런 면역검문 억제제들은 부작용이 비교적 적고 일부 환자들에서는 장기간 그 효과가 지속되어 4기 암환자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있다.
다만 이런 면역억제제는 류마티스성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씨병 등의 자가 면역성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자가 면역성 질환자들은 이미 면역체계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어 보호해야 할 자신의 정상세포와 기관들까지 공격하는 병이기 때문에, 여기에 면역검문 현상까지 억제하게 되면 자가면역 질환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에 ‘breakthrough’라는 말이 있다. 난국을 타개할 돌파구라는 뜻이다.
그동안 면역치료가 갇혀 있던 한계점을 극복하는 시초가 되는 약이 바로 이 면역검문 억제제이다. 향후 10년간 암 치료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변화들이 있기를 기대한다.
문의 (213)388-0908 LA 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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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훈 / 암 전문의·엘에이 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