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의 방에 들어가보자. 열에 아홉은 다음과 같은 풍경일 것이다. 여기 저기 벗어던져 놓은 옷, 쏟아져 내리는 책, 책상에서 떨어져 바닥을 채운 종이 쪼가리들과 먹다남은 음료수, 과자 봉지… 정말로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 지저분함의 극치일 것이다.
“지저분하든 말든 제 방이에요. 싫으시면 안 들어오면 되잖아요!”라고 사춘기 자녀는 반항조의 대답을 할 것이고, “니 방도 내 집이다. 여기서 계속 살고 싶으면 지금 당장 돼지우리를 치워라”라고 부모는 화를 낼 것이다. 그리고 이 끝이 없는 말다툼은 계속될 것이다.
월스트릿 저널의 수 쉘렌바거(Sue Shellenharger)는 사춘기 자녀의 지저분한 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저분함은 십대 청소년들의 오래된 문제입니다. 부모님들은 십대 자녀가 이제는 정리정돈이나 청결한 생활에 대해 충분히 혼자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십대 자녀는 아직도 인지능력을 개발하는 단계이고, 청결한 삶을 위해 반복적으로 지켜야 하는 일상의 습관에 대해서도 계속해서연습을 해야 하는 나이입니다”
십대의 지저분함에는 인지기술의 미완성뿐 아니라,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사춘기때 나타나는 ‘독립성’이 그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이다. 방을 정리하지 않는 것으로 일부러 부모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십대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독립성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나만의 공간에 대한 자신의 주도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십대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방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소유하고 관장할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만의 독립성을 갖고 싶어 하는 십대 자녀는 이 공간에 대한 부모의 간섭에 대해 매우 심한 분노를 나타내는 것이다.
십대의 지저분한 방에는 이렇게 인지발달의 문제와 독립성의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부모로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사춘기 자녀의 지저분한 방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과제처럼 보이지만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지저분한 방은 단지 인지발달의부족뿐 아니라, 의지력의 부족을 나타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십대의 의지력 부족에 대해서 별로 우려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렸을 때의 의지력이 성인이 되었을때의 의지력과 매우 큰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의지력은 지능보다도 더 중요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지능이 높을수록 성인이 되었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의지력이다. 아무리 똑똑한 학생이라고 해도 과제물을 마칠 의지력이 없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고, 아무리 탁월한 능력의 성인이라고 해도 의지력의 부족으로 제시간에 업무를 완수하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리 정돈된 사춘기 자녀의 방은 이룰 수없는 부모들만의 꿈인가? 로이 바우메이스터(Roy F. Baumeister)의 저서 ‘의지력’ (WILLPOWER)에 흥미로운 실험이 소개되었다. 이 실험은 두 그룹의 사람들을 한 그룹은 깨끗한 방으로, 또 한 그룹은 매우 지저분한 방으로 가게 해서, 양쪽 방에 있는 참가자들의 의지력을 테스트하는 실험이었다.
재미있는 결과는 깨끗한 방에 있는 사람들이 더 큰 보상을 위해 더 오래 참을 수 있었던 반면에, 지저분한 방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 보상이 적다고 하더라도 참지 못하고, 당장에 보상을 받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깨끗한 방이 사람들의 의지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실험이다. 하지만 또 다른 사실은 의지력 없이는 깨끗한 방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안이 되는 소식은 의지력은 우리의 근육처럼 운동을 통해, 즉 연습을 통해 개발될 수있다는 것이다. ‘의지력’의 저자는 의지력을 키우기 위해, 먼저 작은 일부터 규칙적으로 연습해 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정리 정돈된 방을 유지하는 것은 이러한 의지력 키우기 연습으로 매우 훌륭한 첫 과제가 될 수 있을것이다.
감정이 들어간 불평의 목소리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차분한 입장으로 십대의 자녀와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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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김 / C2 교육센터 대표·하버드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