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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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체스터/ 기자의 눈: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2015-06-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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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려<지국장>

한국 가려던 사람들이 취소를 하는 상황에서 우리 동네의 한 젊은 부부가 방학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갔다. 가자마자 인스타그램에 한국 사진을 올리고 있어서 역시 씩씩하다 싶었다.

한국을 다녀 온 사람의 말을 들으니 강남의 어느 백화점에 하얀 마스크를 안 한 사람은 자기 뿐이었고 인천 공항 모든 직원들이 하얀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하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 뭐가 좀 이상한 걸까?


몇 년 전 맥도날드 할아버지 뉴스에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는데, 땅콩항공은 국제 웃음거리가 되었다. 네일 업소 뉴스가 회오리바람을 치더니 그 직후에 뉴욕 타임스에는 두 개의 한인회 기사가 길게 났었다. 이어서 무슨 쇼나 하듯이 DNZ를 걸어가는 여자들의 컬러풀한 사진이 실렸고 그리고는 사진작가 구텐펠더 씨의 북한 사진 기획 특집이 대대적으로 소개되었다.

유명 작가의 사진이야 잘못된 것이 없지만 끄떡하면 미국 신문에 김정은이 실리는 판에 한반도의 웃지 못 할 상황이 자꾸 부각되는 것 같아서 싫은 것이다. 며칠 전에 만난 파키스탄 사람은 내가 코리언이라고 하니까 “노스 코리안 ?” 했다. 사우스보다 요새는 노스 코리아가 더 유명한 탓인가.

바로 얼마 전에는 노스가 아닌 사우스 코리안 정부가 메르스에 불투명하게 대처했다는 기사를 읽으며 그래서 필요이상으로 온 나라를 불안에 휩싸이게 한 것이 아니었는가 한숨이 나온다.

이제는 신경숙이다. 아직은 한국 내 문학계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미국 신문에 또 하나의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 기사로 실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어떻게들 대처 하는가 그 옛날 신정아 사건 때처럼 매일 인터넷 뉴스를 샅샅이 읽어 본다.

몇 년 전 신경숙 씨가 뉴욕에 왔을 때였다. 그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던 한 사람이 마침 뉴욕 한인 문인들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 중 몇 명과 함께 ‘어디 갈 일이 좀 있어서.’ 라고 얼버무리며 나가는 걸 봤다. 나중에 신경숙씨를 만나러 간 것을 알게 된 다른 사람들이 불쾌해 했다.

왜 그는 ‘신경숙 씨를 만나러 가요. 먼저 자리를 떠서 죄송해요.’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한 번 더 신경숙과 관련된 개인적 경험이 있다. 미리 약속을 하고 어느 친지의 집을 방문했는데 곧 누가 오기로 되어 있다고 해서 예정보다 빨리 부랴부랴 그 집을 나왔다. 후에 친지는 그날 온 사람이 신경숙이라고 말했다. 왜 나중에 그걸 말해주는 것일까. 왜 내가 있을 때는 말하지 않고.

그 당시 갑자기 국민작가로 높이 떠올랐던 신경숙을 나누어 갖지 않으려 했던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람을 사고팔고 동물 취급하던 미국이 찰스톤 사건과 같은 곤욕을 계속 치루고 있다.

한국의 문학계는 처음서부터 무엇을 사고팔고 했던 것일까. 국제적으로 또 창피한 뉴스가 뜨지 않기를 바라기보다는, 일신상의 일시적 영광과 권력이라는 우상숭배가 사회를 더럽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신정아가 다시 큐레이터로 일을 시작했다고 하던가. 이 또한 ‘조금 지나면 또 가라앉겠지.’ 밖에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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