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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청년, 흑인교회서 총기난사… 9명 사망

2015-06-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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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행후 도주했던 20대 용의자 체포

▶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서깊은 교회 ‘증오범죄’ 가능성

17일 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유서 깊은 흑인 교회에서 20대 백인 청년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9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백인 청년의 ‘흑인 증오범죄’로 추정되면서 자칫 인종갈등으로까지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건발생=경찰에 따르면 딜란 루프(21)란 이름의 백인 청년은 사건 당일 오후 9시께 매주 수요일 성경 공부가 진행되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 지하실에 침입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하고 달아났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8명은 이미 사망했고, 1명은 총격을 받은 다른 피해자 1명과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숨졌다. 희생자 중에는 담임목사이자 민주당 소속의 주상원의원인 클레멘타 핑크니와 그의 여동생도 포함됐다. 용의자는 총을 쏘기 전 한 시간 정도 피해자들과 성경 모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생존자는 "옆에 있던 나에게 ‘살려줄 테니 나가서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라’고 말하고는 다섯 번이나 탄창을 재장전해 총을 쐈다"고 말했다.
용의자는 사건 직후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도주했으나 사건 다음날 오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검거됐다.

■범행 동기=범행 동기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레고리 멀린 찰스턴 경찰청장은 18일 오전 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증오범죄"라며 "흑인 기독교 신자들을 표적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생존자는 "범인이 ‘(너희 흑인들이) 우리 여자를 강간하고, 미국을 야금야금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방 법무부는 즉각 "증오범죄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렉싱턴 출신의 루프는 실제 SNS에서 그가 가슴팍에 인종차별 정책시절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기를 붙인 모습도 발견됐다. 이에 따라 그가 극단적인 백인 우월주의에 심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사건이 발생한 이매뉴얼 교회는 흑인 저항운동의 상징적 장소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컸다. 1816년 세워져 199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 교회는 미국 내 흑인교단인 아프리카감리감독교단(AME) 소속 교회로는 미국 남부에서 가장 오래됐다.

더욱이 이 교회를 세운 해방노예 출신의 덴마크 베시(1767∼1822)는 1822년 찰스턴에서 흑인 노예 봉기를 기도했다가 실패한 뒤 처형당했고 교회도 불태워졌다.

하지만 남북전쟁이 끝난 뒤인 1872년 2층 목조건물로 재건됐다가 1886년 지진으로 다시 불타자 1891년 고딕양식 석조 건물로 지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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