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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네티컷/칼럼: 유능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지혜

2015-06-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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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헌 (맨체스터 대학교수)

대통령 선거가 아직도 일 년 반이나 남아있는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민주당 만해도 벌써 네 명이요, 공화당의 경우는 열 명을 오르내리는 혼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며칠 전에는 부동산 왕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라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이 나라를 바로 이끌 수 있으며 또 대통령이 되려면 어떤 자격과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 것일까?


민주국가 선거제도의 가장 큰 약점은 가장 능력 있는 후보보다는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후보가 선거에 이긴다는 사실일 것이다. 물론 인기 있는 후보가 가장 능력 있는 후보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난 한 세기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역시 인기가 능력을 압도한 것을 알 수 있다.

아들라이 스티븐슨이나 휴버트 험프리 같은 능력 있는 인물들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의 능력이나 경험 혹은 경륜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허황한 선거 구호나 책상을 치면서 포효하는 웅변보다는 보다 실질적이고 이성적인 정책을 대중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한 것이 그들이 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이었다고 한다.

후보가 되기 위해 나선 사람들은 연방 상원의원 그룹과 주지사 그룹으로 양분되고, 공화당의 경우 피오리나(Fiorina)와 트럼프(Trump)와 같이 성공한 기업인 한두 명이 두 그룹과 상관없이 후보군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후보가 되려는 사람들은 한 눈으로 보기에도 걸출한 인물인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 어려움을 헤치고 성공적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분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책임 있는 시민으로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의무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우선 그 성품이 너그럽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신과 다른 견해나 정책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잘 듣는 지도자는 나누어진 사회나 국가를 통합하는 참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공화당으로 심각하게 분열된 미국은 이런 지도자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앞날을 바라보고, 미래의 미국이 어떤 사회와 국가가 되어야 할 것인가 확실한 비전(Vision)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 이런 비전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과 검증된 능력이 있는지 우리는 조심스럽게 살펴서 우리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후보들을 검증할 때, 우리는 무엇을 위해 검증하는지 그 목적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대통령을 뽑는 것은 “성인 (聖人)”을 뽑는 행사가 아니다. 특정 후보의 능력이나 경륜이 대통령의 직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검증의 주목적이 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사생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검증은 아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젊고 유능한 인물들이 공직을 회피하는 큰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선거의 중요한 문제들은 대체로 경제를 되살릴 효율적인 경제정책, 국가안보 문제 (중동 전쟁, 테러리즘, 중국과 러시아 문제),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국가의 부채 문제 (아마도 가장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환경과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정책, 소위 베이비부머들의(Baby Boomer) 은퇴와 사회보장 연금에 관한 문제, 불법 이민자를 포함한 포괄적 이민 정책, 오바마 케어(Obama Care)로 알려진 건강보험의 문제, 사회의 부를 공정하게 나누는 분배 정책 등으로 볼 수 있다.

여러 후보들이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려는지 조심스럽게 살펴서, 말 잘하고 배우처럼 인기 있는 사람보다는, 가장 능력 있는 지도자를 뽑는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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