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캘리포니아주에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뭄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기상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따라서 여름철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여름철의 폭염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위험할 수 있는 자연재해이다. 특히 고령으로 접어들수록 여름 더위에 취약할 수 있는데 연방 질병관리본부에서는 그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젊은 사람에 비해 갑작스러운 온도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지고 둘째, 만성질환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그로 인한 신체기능의 약화를 들 수 있으며, 셋째, 장기 복용하는 약물이 많을 수 있고,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한 자율신경계 회복이 둔감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여름에는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으로 원기(元氣)가 소모돼 의욕이나 식욕이 저하되기 쉽고 이유 없이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주하병(注夏病)이라 부르고 있다. 의욕저하, 기력저하, 식욕저하, 하지무력 등이 이 질환의 대표적 증상이다.
흔히 ‘더위 탄다’ ‘더위 먹었다’라고 표현되는 이런 증상들은 더위로 인해 평소 하던 일상의 움직임이 힘들어지고, 여기에 소화기능의 저하가 오며 식욕부진으로 이어진다.
식사량의 감소로 인해 수분섭취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과도한 체온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땀을 과도하게 흘리게 됨으로써 쉽게 탈수증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주하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식사와 운동, 휴식으로 손상된 체력을 보충하는데 있다.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한창 더운 시간에 활동을 피하고, 충분한 수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섭취하는 수분은 너무 차갑지 않은 물이어야 하며, 과량의 설탕 등이 함유된 청량음료는 오히려 수분흡수를 방해하거나 탈수를 촉진시킬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성질이 서늘하여 더위를 풀어주는 효능이 있는 수박과 참외를 적당히 먹어주는 것이 차가운 음료수를 자주 먹는 것보다는 더위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며, 또는 우엉차를 수시로 마시면 좋다.
기름 없이 볶아 말린 우엉뿌리를 주전자에 넣고 물이 반으로 졸아들 때까지 끓이면 되는데 여름에는 끓인 우엉차를 식힌 후 냉장고에 넣고 수시로 물처럼 마시면 된다.
우엉은 항산화, 다이어트, 해독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하며, 한의학에서는 우엉뿌리를 우방근(牛蒡根)이라 하여 더위를 먹고 속에서 열이 나는 중열(中熱)과 자꾸 목이 마르고 물을 들이키게 되는 소갈(消渴) 증상을 치료하는데 사용 한다.
더불어 이뇨를 돕는 이눌린 성분과 혈액순환을 돕는 사포닌 성분이 있어서 더위와 목마름을 해소하고 몸을 가볍게 해줘 여름철 건강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식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더위로 지치기 쉬운 여름철일수록 몸에 활력과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는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 야채와 함께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 생선류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리면 기도 같이 소모되는데, 기를 보충하기 위한 약으로는 인삼이나 황기 등을 들 수 있다. 선조들이 여름철에 인삼이나 황기가 들어 있는 삼계탕을 보양식으로 먹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주하병의 치료 및 예방 차원에서 간단히 쓸 수 있는 처방으로 생맥산(生脈散)이 있다. 생맥산은 임상연구에서 심장수축력을 강화시키고 면역력을 높여 체력을 좋게 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바도 있다.
그 구성은 인삼·맥문동·오미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삼은 기운을 보충해 주고, 맥문동은 늘어진 심장에 활력을 주고 땀으로 소모된 몸 안의 수분(진액)을 보충해 주며, 오미자는 몸 안의 수분이 필요 이상으로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준다.
가정에서 차로 이용할 때는 맥문동 인삼 오미자를 2:1:1로 배합하여 끓여 수시로 복용하면 되는데, 기호에 따라 꿀을 넣어 마시면 건강도 챙기고, 맛도 좋은 음료가 된다. 건강을 위해 건강을 듬뿍 담은 생맥산과 함께 더운 여름을 이겨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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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섭 / LA 동국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