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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 6.25 전쟁과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

2015-06-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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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반인륜적 행위 한국전때 이미 유엔에 고발”

▶ 1950년 9월18일자 안보리 공식 문건서 확인

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 6.25 전쟁과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

6.25 전쟁 고아들. 1950년 9월1일 인천.<사진=유엔>

손 묶은채 총살, 우물.탄광에 집단매장 등
총 74건 2만6,000명 피해자 전쟁범죄 사례
유엔군 사령부 1950년 8월~12월 정기보고서에 기록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 행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처음 고발된 사례는 65년 전 6.25 전쟁 당시 유엔군사령부(UNC: United Nations Command)에 의해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뉴욕 유엔본부 다그 하마슐드 도서관에 보존돼 있는 1950년 9월18일자 안보리 공식 문건(S/1790)에서 확인됐다.

문건은 당시 대한민국을 무력 침범한 북한 인민군을 물리치기 위해 안보리 결의에 따라 구성된 유엔군사령부가 안보리에 제출한 제4차 정기보고서로 1950년 8월16일∼31일 한반도에서의 유엔군 활동 내용이 담겨있다.


유엔군사령부는 이 보고서에서 “적군에게 잡힌 유엔군 포로들의 대우는 흔히 극도로 무자비한 것으로 묘사돼왔다”며 “(그러나) 본관은 손이 묶인 상태에서 포로들이 사살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함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해 적군 최고사령관에게 경고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그 첫 사례는 1950년 7월10일 유엔군이 빼앗긴 고지를 되찾은 뒤 손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미군 시체들을 발견한 것으로 그들 중 4명의 시신을 촬영한 공식 사진이 물증적인 증거이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두 번째 사례는 1950년 8월17일 오후 발생한 미군 포로 36명 집단살해 사건”이라고 고발했다.보고서에 따르면 8월15일 오전 압도적인 다수 병력의 인민군 공격을 받은 유엔군 소속 미군 41명이 포로로 잡혔다.그 직후 포로들은 소속과 신원이 확인될 수 있는 모든 표장이 군복에서 뜯겨진 뒤 자신의 군화 끈 또는 전깃줄로 손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 약 36시간 동안 굶겨서 잡혀있었다. 그리고서는 결국 모두 일렬로 세워진 된 뒤 약 15명에서 17명의 인민군들이 함께 총격을 가해 쓰러졌으며 쓰러진 뒤에도 한차례 확인사살 총격을 받았다.

보고서는 “인민군이 현장에서 철수하자 당시 총살에서 살아난 5명이 미군 전선으로 되돌아 왔다”며 “그 학살 피해자들은 모두 제1 기병대 소속 이었다”고 확인했다.
전쟁포로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대우를 규정한 제네바협약을 이처럼 전격 무시한 북한의 ‘잔학행위’(atrocity) 고발은 제4차 정기보고서를 시작으로 이후 보고서들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1950년 9월1일∼14일 활동을 전한 제5차 정기보고서인 안보리 문건(S/1834)은 “북한인들의 지속되는 반인륜적 행위를 다시 또 보고할 수밖에 없다”며 “가장 최근 신고 된 사건 역시 이전 사례들과 유사한 형태이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통신소를 지키던 미군 7명이 적군 유격대의 공격을 받아 포로가 된 뒤 손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 뒤에서 총격을 받았으나 다행히도 그 중 중상을 입은 2명이 살아남아 범행이 드러났다고 안보리에 보고됐다.

또 안보리 문건(S/1860)인 제6차 정기보고서(1950년 9월15일∼30일)는 적군이 항복한 미군의 양팔을 쭉 뻗어 잡아당겨 세워놓고 얼굴에 기관총을 쏴 살해한 사례(1950년 9월14일)와 미군 제25사단 병사들이 1950년 9월26일 진주 지역에서 손이 뒤로 묶여 기관총으로 살해된 시신 12구를 발견한 사실을 통보했다.


보고서는 특히 두 번째 사건과 관련 총상을 입은 미군들 중 2명이 살아남아 아군의 보호를 받고 있고 “2개 사건은 현지 담당군관들에 정밀 조사되고 있다”며 이처럼 “한국파병 아군들에 의해 적군의 전쟁범죄 사례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6.25 전쟁의 전세를 뒤 엎은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뒤 급격히 쫓겨 북으로 후퇴하던 인민군들의 만행은 더욱 잔혹해졌다.

1950년 10월1일∼15일 유엔군 활동을 보고한 제7차 정기보고서(S/1883)는 인민군의 한국인 민간 집단학살이 처음으로 안보리에 보고됐다. 보고서는 “전쟁법규 위반 사례들이 유엔군들에 의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는 인도주의적 전쟁 기준을 무시하는 북한 인민군들의 만행을 아래 사례들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2개 사건을 고발했다.

첫째는 1950년 9월21일 유엔군이 진격하자 인민군이 후퇴하면서 당시 포로로 잡혀있던 미군 장교를 나무에 묶어 놓고 4차례 총격을 가한 사례와 두 번째는 같은 해 9월27일 인민군이 대전에서 철수하면서 미군 40명과 한국 국군 및 민간인 400여명을 집단살해 한 사건이다.

보고서는 대전 사건과 관련 구체적으로 “적군은 대전에서 철수하면서 고의적으로 미국인 포로 40명은 물론 한국인 400여명을 총살했다”며 “미군 40명의 시체는 경찰서 안뜰에 집단 매장된 상태에서 발견됐다”고 폭로했다.

보고서는 이어 “비록 심한 중상을 입었으나 미군 1명이 이 집단 학살에서 살아남아 치료를 받고 있다”며 “발견된 미군과 한국인들의 시체에 대한 공식 사진을 촬영해 증거로 남겼고 이들 사건과 그 이외 사건들은 현지 담당군관들의 자세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자 유엔군은 체포되는 인민군 포로들 중 전쟁범죄 연관이 확인된 당사자들을 군법회의로 다스리는 조치를 세운 사실이 안보리 문건(S/1885)에서 드러났다.

유엔군사령부의 제8차 정기보고서(1950년 10월16일∼31일)는 “현지 유엔군은 인민군의 ‘잔혹행위’뿐만이 아니라 전쟁법규와 관례를 위반하는 사례들을 계속 보고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약 2만6,000명 피해자들과 관련된 총 74건의 전쟁범죄 사례들이 조사 파일에 기록됐다”고 확인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약 400명 미군이 적군의 여러 위반 행위 피해자들이고 나머지는 한국인 민간인들과 군인들로 전투 상황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들 사건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어 “정의를 위해 유엔군이 포로로 잡은 인민군들 중 ‘잔혹행위’를 저질렀거나 전쟁법규와 관례를 위반한 행위에 가담한 당사자들을 유엔사령부의 적절한 군법회의에 부쳐야 한다는 필요성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며 “따라서 본관은 유엔군사령부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이 같은 재판을 할 수 있도록 사령부 본부에 관련 규정 및 절차를 마련토록 지시했다”고 통보하고 언급한 관련 규정 및 절차를 별도로 안보리에 참고 자료로 제출했다.

이는 6.25 전쟁이 발발한지 불과 3개월만에 취해진 조치로 그 심각함과 범위는 제10차 정기보고서(S/1953)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1950년 12월27일자로 제출된 이 보고서는 “북한인들에 의한 ‘잔혹행위’가 대규모 차원에서 행해지고 있음이 명백하게 드러남에 따라” 인민군 전쟁범죄를 다루기 위해 미8군 사령부에 ‘전쟁범죄조사단’(War Crimes Division)을 설립한 사실을 밝히고 “현재 조사로만도 그 피해자수가 3만5,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들 피해자들 대다수가 한국인 민간인들로서 주로 북한 집권체제가 생각하기에 자신들의 믿음과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보호하거나 은신처를 제공해 줬다는 죄명이 씌워진 사람들이라며 “도저히 믿기조차도 어려운 끔찍한 만행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보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그 예로 9월27일 북한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남성과 여성 50여명이 손과 발이 묶인 상태로 2개 우물에 던져진 뒤 이어 우물에 투하된 큰 돌에 눌려 죽은 사례와 정치범으로 체포된 민간인 400명의 시체가 11월2일 폭격 대피소로 사용되던 탄광에서 발견된 사건, 같은 달 7일 인근 지역의 또 다른 탄광에서 민간인 700여명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 등을 들었다.

한편 주유엔 미국대표부는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되자 1953년 11월26일 유엔총회에 176 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유엔군 포로들에 대한 북한과 중공의 ‘잔혹행위‘ 문제 보고서’(A/2569)를 제출해 유엔군 1만1,622명과 민간인 1만7,354명 등을 포함한 총 2만9,815명이 반인륜적 범죄에 해당되는 피해를 당한 사실이 조사됐다고 고발했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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