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취재/노인센터들의 도 넘은 회원유치 경쟁
▶ 마트 상품권, 화장지 롤, 키친타올까지
“명백한 메디케이드 법 위반” 주정부 단속 움직임
뉴저지에 거주하는 A모(45)씨는 최근 시어머니 B모(74) 할머니와 함께 한인마트를 방문했다가 평소와는 다른 시어머니의 행동을 경험하곤 고개를 갸우뚱했다. 시어머니는 평소에 잘 사지 않던 고기류를 카트에 담는 것도 모자라, 선뜻 계산까지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윽고 계산대 앞에서 시어머니가 꺼내든 건 마트 상품권 20달러짜리 두 개. 어디에서 이런 상품권이 났느냐는 질문에 B할머니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노인센터에서 개근상 탔어.”
메디케이드를 보유한 한인 노인들을 돌보는 한인 어덜트 데이케어 센터의 노인 유치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노인들의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선물을 주는 것을 넘어, 다른 데이케어에서 옮겨온 노인들에게 현금을 쥐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한인사회에 알려지면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메디케이드를 보유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루 5시간씩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어덜트 데이 센터. 뉴욕 일원에만 수백여 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중 뉴저지에만 한인노인 약 500명이 6~7개의 센터에 분산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뉴저지의 경우 의료진의 관찰이 필요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간호사 등 의료진이 상시 이들을 돌보고 있으며, 주정부는 이를 조건으로 노인 한 명당 하루 약 70달러를 이들 데이케어에 지급하고 있다.
주정부가 노인 1인당, 이용 일수에 맞게 돈을 지급하다 보니 데이케어 입장에선 소속 노인의 숫자와 또 이들의 출석일수가 수익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큰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노인들의 가입을 증가시키고, 출석률을 높이는 여러 마케팅 기법이 이들 데이케어 센터에 도입됐다. ‘개근상’이나 ‘신규 등록자에게 현금 쥐어주기’ 모두 일종의 마케팅 기법인 셈.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행동이 명백한 ‘메디케이드 법 위반’, 즉 사기로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B 할머니를 비롯한 모 데이케어에 소속된 노인들은 주 5회씩 한 달을 모두 출석할 경우 데이케어 센터로부터 ‘개근상’이라는 명목으로 40달러의 한인마트 상품권을 받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추가로 월요일~목요일 매일 화장실 휴지 1개롤을 선물받고, 매주 금요일에는 키친타올 1개를 데이케어 센터로부터 제공받아왔다고 소속 노인들은 고백했다.
이 때문에 노인들 사이에선 ‘어느 센터가 선물을 더 잘 준다더라’ 하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는 것은 물론, 집에서 쉬어도 되는 날까지 굳이 ‘개근상’을 받겠노라며 센터가 보내온 차량에 오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데이케어 센터끼리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로 현금으로 노인들을 유혹하는 행위가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노인 1명이 늘어날 때마다 데이케어 센터의 수입도 달라지는 만큼, 옆 데이케어 센터에서 ‘노인 빼오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정통한 한 한인은 “최근 이 문제를 놓고 연방정부에서 수사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면서 “메디케이드를 마치 눈먼 돈으로 취급하고 마구 쓰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의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각 주정부는 이런 방식의 어덜트 데이케어의 메디케이드 사기행각을 뿌리 뽑겠다는 입장이다. 뉴저지는 주검찰청을 통해, 뉴욕은 메디케이드국 감사실(OMIG)을 통해 메디케이드와 관련된 사기행각에 대해 주민들의 신고를 당부했다.
▲신고: 뉴저지주 검찰청 609-292-1272 / 뉴욕주 메디케이드국 감사실 877-873-7283 <함지하 기자>A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