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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작만이라도...”한인 노인들 반발

2015-06-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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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진단/ ‘오버팩 농장 폐쇄 1주일’ 해결책은 없나

“17년간 아무 말 없다가,
구두로 올 말까지 허락해놓고 이제와서...”
펜스 설치 등 노인들 스스로 화 키워...
카운티 방만 행정도 한 몫

한인노인 20여명에 의해 운영하던 뉴저지 오버팩 공원내 농장이 버겐카운티 당국으로부터 폐쇄조치를 받은 지 1주일을 맞은 가운데 해당 농장에서 경작을 하던 노인들이 반발하는 등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더구나 오버팩 공원을 관리·운영하는 버겐카운티 정부는 ‘허가되지 않은 땅에서 농장을 운영’했던 만큼 재개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노인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본보 6월6일자 A1면 보도>

■왜 폐쇄 됐나=이번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 7일 버겐카운티 정부가 지난 17년간 운영돼 온 농장을 전격적으로 걸어 잠그고, 출입금지 경고문을 부착하면서 부터이다. 카운티 정부는 해당 부지에서 한인노인들이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경작해 온 점을 폐쇄조치의 이유로 들었다.


또한 농장 운영진들이 회원들에게 회비를 걷는 등 금전거래 행위가 있었던 점과 해당 부지가 한 때 쓰레기 매립장으로 쓰이는 등 오염지대라는 이유가 이번 조치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정부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인 노인 24명이 소속된 한미시니어농장센터(회장 정길웅)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17년간 아무 문제 없이 농장이 운영돼 온 점과 ▲카운티 정부로부터 구두를 통해 올해 말까지 운영 약속을 받았다는 점 ▲오염 지역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달팽이와 지렁이가 서식할 정도로 환경적인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문제의 농장은 1에이커 크기로, 지난 17년간 운영돼 오면서 당국의 어떠한 제재를 받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카운티 당국은 올해 초 오버팩 공원 부지에 대한 개발공사에 착수하면서 해당 농장에 대한 존재를 파악하게 됐고, 대책 마련에 고심을 하던 중 이번조치를 내리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정길웅 회장은 “카운티장이 바뀔 때마다 수년간 농장 운영에 대한 허락을 받았고, 공원국 관계자를 비롯해 카운티 관계자들에게 제안서를 보내 사실상 운영권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버겐카운티는 12일 본보에 보내온 공문을 통해 “카운티 소유의 땅인 문제의 농장 부지에서 허가되지 않은 경작 행위가 지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고 폐쇄 조치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카운티 방만한 행정이 문제 키웠다?=일각에선 버겐카운티 당국의 방만한 행정이 이번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7년이나 운영되던 농장의 존재를 카운티 당국이 몰랐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올해 초 개발공사에 착수했을 당시 농장을 발견하고도 곧바로 폐쇄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인들이 카운티로부터 허락받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받게 됐고, 이 때문에 경작을 지속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카운티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면서 사실상 노인들의 불법운영을 눈 감아 주다가 최근 이 문제를 제기하는 익명의 신고를 받고 서둘러 해결안 마련에 부랴부랴 나섰던 것”이라면서 “불법 운영을 방치해 왔다는 비판을 두려워한 나머지 폐쇄조치라는 극약 처방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한인 노인들 스스로가 문제를 키운 게 원인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5~6명의 노인들이 소규모로 채소를 심던 곳이 지난해 한미 시니어 농장센터라는 단체설립으로 회원이 20여명으로 급증하고, 농장 전체를 두른 펜스설치와 양계장까지 들어서는 등 카운티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올해 경작만이라도… ” 카운티 입장 ‘완강’=카운티정부의 폐쇄조치로 현재 농작물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노인들은 올해 경작만이라도 끝마치게 해달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날씨가 뜨거워지고 있지만 물을 못 주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 노인은 “농사꾼에게 자식과도 같은 농작물에 물을 주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면서 “문이 열리기만 간절히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인들의 바람과 달리 카운티 정부는 입장은 완강하다.
불법 사용이 분명한 사실인 만큼 출입 재허가는 불가능하다는 게 당국의 공식 입장이다. 다만 노인들의 소일거리인 채소 재배를 무작정 금지하는 건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옳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겐카운티 변호인은 “공공 농장을 이용하고픈 주민들의 바람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공공 농장 부지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현재 연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카운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오버팩 공원 내 새로운 부지를 노인들에게 농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지금으로선 차분히 카운티 당국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함지하 기자> 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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