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김 숭 목사 ㅣ 이민교회 풍속도(1)

2015-06-0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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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난 전형적인 이민교회 목회자다. 부목사 시절까지 포함하면 23년을 넘도록 미국에서만 목회했으니 그렇다. 그래서 솔직히 조국 교회들에 대해선 잘 모른다. 기껏해야 통신매체들에 실린 ‘해석이 가미된’ 내용들을 통해, 또는 이민 오기 전 과거의,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그때의 한국교회 경험들을 통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교회들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이민교회들이 다 ‘한인’의 꼬리표를 못 벗어난 교회들이고, 난 그 교회(들)의 목회자이(였)기에, 미국교회들은 물리적으로만 지척에 있을 뿐이지 정신적으로는 여러 이유들 때문에 늘 동떨어진 교회이어 왔다. 그런 점에서 난 전형적인 이민교회 목회자임을 부인키 힘들다.

언제부턴가 이민목회자로서 이민교회에서 경험한 것들을 글로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한 편의 글이 아닌 시리즈 글로서다. 글 제목을 생각해 보았다. “이민교회 풍속도”가 그것이다. 오늘의 지면을 포함해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우리들 안의 풍속도를 연재해 볼 생각이다.


오늘은 그 첫 번째 것으로서 한인교회들 안에 비쳐지는 목회자 청빙 풍속도에 관한 것이다. 가톨릭과는 달리 개신교에는 여러 교단들이 있다. 장로교, 침례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같은 교단들이다.

가톨릭은 사제 서품과 사역지 선정을 일원화하고 있어서 이 일이 쉬어 보인다. 반면 개신교는 교단의 다양성 때문인지 목회자 청빙이 정말 쉽지 않다. 특히 각 교단마다 목회자를 구하는 절차와 방식이 다 다르기에 더 그렇다.

하지만 개신교단들에게도 공통적인 특징은 하나 있는데 그건 ‘회중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새 목회자가 오려면 일단 그가 교인들의 맘에 들어야 한다. 해서, 우선 선발된 청빙위원회를 통해 지원자들로부터 적절한 후보자들을 걸러내는 일부터 하고, 그 이후엔 후보자들 각각을 불러 면접도 하고 설교도 시켜본다.

일단 민주적이어서 좋아 보이긴 하나, 현실적으로는 이 방식이 오히려 독이 되어 교회 분열에 원인이 되곤 한다.

그 동안의 나의 경험과 관찰에 의하면 그렇다. 어느 교회든 다 그런 맘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교회엔 ‘최고의 스타목사’가 당연히 올 거라는 확신 같은 것이다.

대형교회들은 특별히 더 그러는 것 같다. 미주 내의 한 대형교회는 당사자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유명 목사를 자기 교회에 새로 올 목회자로 미리 결정했다. 그리고 그에게 통보했다. 그가 안 가겠다고 했다. 그때 비쳐진 그 교회 모습. 아니, 우리가 모시려는데 왜 안 오시지? 이런 분위기였다. 또 어떤 교회는 후보자를 미리 정해 놓고 청빙광고를 낸다.

그럴 때 그 광고는 요식행위일 뿐이다. 하지만 더 염려스러운 건 이런 분위기를 중소형 교회들도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어느 교회든 최고의 목사를 선택할 권리는 다 갖고 있다.


하지만 ‘최고’라는 말 자체가 이미 ‘유일성’을 의미하는 거라면 최고의 목사는 어느 한 교회 차지가 될 수밖에 없다. 한 목사가 자신이 목사로 부름 받은 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소명(calling)’의 문제였다면, 한 교회에 한 목사가 오는 것 역시 교인들의 취향에 의한 ‘선택’에 기인한 게 아닌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기초한 ‘운명적 사건’ 같은 게 되어야 한다.

그래서도 그럴 때 그 교회에서 더 필요한 건 ‘기도’나 ‘겸손’ 같은 것들이다. 대형교회든 소형교회든 더 기도하고 더 겸손해져야 한다.

거룩해야 할 목회자 청빙 풍속도가 이토록 난삽해진 이유에 목회자들의 잘못도 크다. 질 낮은 목회자 양산 때문이다. 목회자 구하기가 어려운 시대여야 교회가 더 성숙해질 텐데, 청빙 공고를 내면 경쟁률 50:1, 심지어 100:1을 넘나들 만큼 지원자들이 몰리는 상황이니 이런 사태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와 관련해 이민교회들 역시 같이 깨어있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아니길 바라지만, 목회자를 구하는 교회 측은 갑이고 목회자 쪽은 을이 되어가는 분위기는 교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건 겸손이다.

하나님의 개입을 기대하며, 그분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겸손의 태도, 지금 이 시점에서 이민목회자들과 이민교회들 양측에 꼭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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