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팔순 노인의 마지막 기부

2015-06-02 (화) 12:00:00 이종국 기자
크게 작게

▶ MD 이우택씨, 한국으로 영구귀국 앞서 성금

팔순 노인의 마지막 기부

워싱턴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떠나는 이우택씨.

“제가 워싱턴의 이웃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해서 찾아왔습니다.”
40년의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메릴랜드의 팔순 노인이 귀국에 앞서 마지막 기부금을 내놓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콜롬비아에 거주하는 이우택 씨는 1일 본보를 찾아 성금 680달러를 내놓았다. 그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200달러는 볼티모어 폭동으로 고생하시는 한인들께 드리고, 200달러는 탈북난민 돕기에, 280달러는 지진으로 고통 받는 네팔 이재민들에게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이중 성금 80달러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에 다니는 손주인 소현, 해나, 준규, 니콜이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각 20달러씩 내놓은 것이다.
지난 1976년 도미한 이우택 씨는 이달 중순 이삿짐을 부친 다음 오는 7월 부인과 함께 영구 귀국할 계획이다. 고향인 경기도 파주에 거주할 아파트를 구해놓았다는 그는 “미국에서 계속 살고 싶었는데 9대 종손인데다 집안에서 자꾸 오라고 해서 가는 것”이라며 “정든 워싱턴을 떠나려니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리커 스토어를 운영하다 오래 전 은퇴한 그는 평소에도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탈북자 가족이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몇 개월을 돕기도 하고 주위에 소외된 이웃이 있으면 쌀과 음식과 돈을 보내는 등 숨은 선행을 해왔다. 그는 “제가 40년을 정 붙이고 살던 워싱턴을 떠나며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기부”라며 “앞으로 더 정이 넘치고 서로 돕는 한인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