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광 <원자력학 박사>
고대 페르시아가 세계문명에 끼친 영향, 이슬람교 한 종파의 종주국, 아랍국들에의 견제력, 지리상의 위치 등으로 이란은 어느 국가든 가볍게 다룰 수 없는 나라였다. 1979년 종교혁명 이후로는 교리로의 강압적 통치와 국제기준에 미흡한 행태 등으로 그 위상을 많이 잃었다.
이란의 옛 메디아, 페르시아제국은 바빌론에 잡혀간 유대민족을 구하고 그들의 성전 재건에 도움도 주었다. 현 이스라엘의 건국을 인정한 몇 안 되는 이슬람 국가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시리아 고란지역을 강점하고 팔레스타인의 건국도 막고 그들의 땅을 잠식한다며 혁명 후는 이스라엘 존재자체도 부정하고 있다. 테러사태 등으로 미국과의 관계도 악화되었고 ‘악의 축’으로 불린 적도 있었다.
혁명 후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큰 피해도 입었다. 걸프지역 국들과는 왕정과 부의 독점은 이슬람교에 배반된다며 견원지간이다. 터키와 많은 이웃들과도 종파, 종족, 식민, 난민문제 등으로 다툰다.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예멘 등에서는 서로 증오하는 집단 간의 유혈극에 자의적 정의로 가담도 한다. 팔레스타인을 돕는데 인색한 아랍국들에 독설도 가한다. 이래저래 이란은 적들도 많다.
가입한 핵 비확산조약(NPT)에 저촉되는 우라늄의 농축, 플루토늄의 추출을 위한 중수원전 건설 등을 비밀리에 추진해 왔다. 가동 중인 1기원전의 연료인 3.5% 저농축분과 실험원자로에 쓰이는 20% 농축우라늄을 자체 생산한다는 것이다.
UN 책임국들은 10년도 넘게 수차의 협상도, 경고도 했다. 그 와중에도 이란은 두 번째의 농축시설을 비밀리에 짓고 그 양도 늘렸다. IAEA의 더 엄격한 핵 사찰의 의정서 체결에는 결사코 반대해 왔다.
중동의 핵확산과 테러위협에 민감한 미국과 UN안보리는 이란에 농축시설이나 미사일 부품 수출 금지를 시작으로 그 강도를 높이며 지금은 수화불통격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편 이란은 지난 20년간 비밀로는 과도한 투자로도 핵무기 소지는 쉽지 않고 경제적 숨통만 죄이는 핍박감을 느끼게 된다. 핵문제에서는 유화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힘든 줄 당기기의 협상 끝에 지난달 초 비핵화의 중요골격에 합의를 보았다.
이란 핵시설의 가동내용 보고, 농축량의 대폭 감축, 고농축분은 3.5%이하로 희석, 플루토늄 추출금지, 생산된 중수의 폐기도 포함한다. 이란군부의 사찰, 핵 활동 인력과의 대질심문 등 내정간섭형의 사항도 들어 있다. 이로서 경제제재도 해제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불신과 입장 차이도 커 다음 달까지 세부사항들의 타결에는 쌍방 양보도 필요하다. 한편 미 의회는 합의된 사항들을 철저히 검토 한 후 제재를 풀 수 있다며 조속타결을 원하는 오바마에 경고를 한다. 이란의 양보를 받아내는 데는 도움은 된다. 하지만 테러방지와 이스라엘 보안 등의 조건을 연계시켜 본질인 핵문제 해결을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의회도 타 UN국처럼 이란의 비핵화에 우선 초점을 두어야 한다.
북한같이 합의를 불법으로 파기하고 결국 NPT를 탈퇴해 핵무기와 그 운반체를 공개 개발하는 선례도 있다. 계속 경제에 족쇄를 채운다면 이란이 핵화의 길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제재의 반사로 미국과 주위에 극단적 테러를 가할 수도 있다.
중동의 혼란과 분쟁은 이스라엘 보호의 일방적 기조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 예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었고 미국의 막대한 희생에도 IS같은 테러집단만 창궐할 뿐이다. IS는 미국에는 적이 되고 이스라엘과는 무난하다. 또 NPT를 전혀 외면하는 이스라엘이, 새 NPT합의에도 이란의 기만을 예단하며, 해제에 반대함은 심한 불평등의 주장이고 미국에 정치, 국제, 군사적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란의 고농축 활동이 15년 이상 차단되고 IAEA의 장기 사찰도 보장된다면 제재는 풀어야 한다. 협상타결은 이란의 심기도 일전시켜 중동의 평화와 IS 격퇴에 도움을 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