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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쉬빌 다운타운 저녁노을
내쉬빌(Nashville, Tennessee)
남은 인생에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된 여행길음악 성지답게 예술 속 살아있는 남부 숨결 가득컨트리 선율 가득한 내쉬빌, 음악회 공연장 같아
30대에 크로스컨트리를 한 이후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으니 하잘것없는 미물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야 얼마나 변했겠는가. 30년 전 여행할 때에는 낯선 도시에 대한 흥분과 대륙횡단의 뿌듯함, 또한 생각하는 관심사가 달랐지만 이번의 여행은 유유자적, 유명 관광지보다는 몰랐던 도시의 새로운 발견, 마치 시골마을의 수줍은 소녀를 만나는듯한 풋풋한 설렘이다. 남부지방의 근접 도시에서 열흘 이상 머물며 음악과 먹거리, 마치 이방인들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 속에 푹 빠져 낭만을 만끽한 것은 내 남은 인생에 잊지 못할 추억거리이리라.
뉴 올린스를 비롯하여 멤피스, 내쉬빌 그리고 애틀란타 등등 각각 독특한 매력을 풍기면서 남부 문화와 멋이라는 공통점 속에 각 도시 심장에서 꿈틀대는 음악이 과거와 현재를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친절한 사람들, 최고 수준의 숙박시설, 눈을 사로잡는 풍경 그리고 입맛을 돋우는 남부요리 등은 여행객들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다. 뉴 올린스의 재즈(Jazz), 멤피스의 로큰롤(Rock n Roll), 내쉬빌의 컨트리 뮤직 & 록(County Music & Rock) 그리고 애틀란타의 랩(Rap)으로 대표되는 남부음악은 각 도시의 음악 발전상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어느 도시를 가던지 그들만의 낭만을 토해내고 있다.
멤피스에서 동쪽으로 3시간 정도를 달려 음악의 성지라 불리는 내쉬빌(Nashville)에 콧노래로 어깨를 들썩이며 들어오니 그 명성답게 예술 속에 살아있는 정감 어린 남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다운타운 주변으로 세련된 고층건물이 들어 서있고 중심부는 개발을 제한해 옛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독특한 모습이다. 길게 늘어서 있는 바와 펍(Pub: 선술집)에서는 통기타에 카우보이 모자, 웨스턴 부츠를 신은 이름도 모르는 컨트리 가수를 만날 수 있다. 내쉬빌의 밤은 작은 음악회의 공연장 같아 다운타운 브로드웨이 길을 따라 서있는 아무 바에 들어가도 밤늦도록 그칠 줄 모르는 컨트리 선율이 있다.
컨트리 뮤직(Country Music)은 한마디로 백인들의 전통 음악을 말한다. 컨트리 음악은 근래에 들어서는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가 없지만 70년대에는 한국 가요에 주종을 이룰 만큼 당시에는 커다란 인기를 모았으며 소위 7080 통기타 음악의 근원이 되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조영남이 불러 유명한 내 고향 충청도(The bank of Ohio), 윤항기가 부른 노래하는 곳에(I believe in music) 등등은 모두 미국 컨트리 뮤직을 번안해 부른 노래이며 60년대 한명숙이 불러 대 히트한 노란 샤쓰의 사나이 반주도 컨트리 음악의 바이올린이라 불리는 피들(Fiddle) 연주가 힐리빌리(Hillbilly) 리듬에 맞춰 컨트리 특유의 흥을 돋았기에 대중들의 감정을 깊이 파고들었다. 비록 세계적으로는 답보상태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컨트리 음악이다.
20세기 100년 동안 미국 백인들이 주도한 음악으로는 스탠다드 팝과 본래는 흑인 연주음악이지만 백인들이 더 강세를 보인 재즈가 있다. 스탠다드 팝과 재즈는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된 이후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 이주민 가운데 음악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들에 의해 발전되어온 반면 컨트리 뮤직은 백인 이주민 가운데 하층계급에 의해 미국이란 새로운 환경에 맞춰 구전으로 정착된 백인민요이다.
따라서 컨트리 뮤직은 흑인민요인 블루스와 인종적인 면에서 반대편에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이 유럽에서 이주해온 백인들 중 뉴욕, 필라 등 대도시 정착에 실패한 이주민들이 동부 애팔라치아 산맥 지역 주변에 모여 살았는데 그들이 유럽에서부터 불렀던 노래들을 산 사람들의 노래(Mountain Music)라 전해졌고 19세기 말에 와서 힐빌리(Hillbilly)란 이름으로 불렸으며 이때까지는 아직 라디오나 대량 복제기술이 발달하질 않아 전형적인 민요상태였다. 그러다가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침내 미국 전역에 라디오와 음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음악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고급 호텔을 비롯한 위락시설을 갖춘 대표적인 레져 타운 그랜드 올 오프리(Grand Ole Opry)도 컨트리 뮤직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내쉬빌 지역방송 프로그램으로 컨트리 가수 등용무대 역할을 했다. 1925년에 시작되어 카터 패밀리, 어네스트 텁, 행크 윌리엄스 등 컨트리 역사에 수놓은 모든 스타들이 이 프로를 거쳐 간 명실상부한 컨트리 스타의 산실이었다. 1950년대 등장한 로큰롤에 밀려 한때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재빨리 로큰롤과 팝의 요소들을 받아들이면서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1970년대 로레타 린, 태미 아이네트, 멀 해거드 1980년대 케니 로저스, 돌리 파튼, 알라바마 등이 활약하며 다시 전성기를 누렸고 근래에도 컨트리의 마이클 잭슨이라는 가스 브룩스(Garth Brooks), 딕시 칙스(Dixie Chicks) 그리고 최고의 앨범 판매 기록을 자랑하는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 등 수퍼스타가 잇따라 출현해 또다시 중흥기를 맞고 있다.
백인들의 전통음악이라는 유리함 때문에 미국사회에서 잊혀질 때면 다시 고개를 들고 살아나 위력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이 뮤직 시티를 유명하게 만든 명소로는 컨트리 뮤직 공연장의 대명사인 그랜드 올 오프리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컨트리 음악 명예의 전당 및 박물관(Musicians Hall of Fame & Museum), 조니 캐시 박물관(Johnny Cash Museum), 윌리 넬슨(Willie Nelson) 기념관 그리고 아테네를 카피해 놓은 파르테논 신전 등이 있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여행할 수 있는 나그네라면, 더욱이 추억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살아있는 듯 한 옛 가수들의 거리에서 흠뻑 젖는 젊음의 낭만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을 갖길 권하고 싶다.
<글•사진 성기왕 통신원>
내쉬빌(Nashville) 장 금 자
내쉬빌 선술집에서는
누구나 기타를 들고 흥얼거리며
카우보이 모자에 웨스턴 부츠를 신고
못 추는 춤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하얀 턱수염과 탁해진 목소리로
거리를 걸어가네
우린 그 옛날 빛나던 때를 잊을 수 없어
그녀의 해맑은 피부와 금발머리 미소는
지금도 뭇 사내들 가슴을 설레는데
바로 어제였던 그 뜨거운 젊음
이대로 잠재울 순 없지
친구여 내쉬빌 선술집에서
다시 한 번 옛날을 노래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