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려 <지국장>
쿠오모 주지사가 네일업소 종업원들의 임금문제와 건강문제에 대해 특별히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 했다. 결국 뉴욕타임스의 ‘반짝이는 손톱 뒤에 숨겨진 미용사들의 어두운 삶’ ‘완벽한 손톱을 위해 죽어가는 근로자들’이란 기사는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셈이다.
지난 주 7일 이런 기사가 난다는 정보를 듣자마자 뉴욕타임스 웹사이트를 열었다. The Price of Nice Nail이라는 기사에 이미 수백 개의 코멘트가 달려 있었다. 다음날 2부 기사인 Perfect Nails, Poisoned Workers가 게재됐을 때에는 미국 전역에서 온 독자 코멘트가 천 개를 넘어 있었다. 이 정도로 코멘트가 달린 기사를 읽었던 적은 8년 전 오바마가 대통령 출마 때 했던 인종차별에 관한 연설 이 후 처음인 것 같았다.
다음 날 이 기사에 대한 한인 사회의 반응을 보면서 다시 1부, 2부를 한국어로 차근히 읽어 보았다. 번역이 잘 되어 있어 마치 한국 신문 읽듯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가 있었다. 다만, ‘9살짜리 말괄량이 아들’이라고 한 것만 좀 어색했다.
영어로도 한국어로도 기사의 내용은 분명했다. 임금착취와 화학성분으로 인한 심각한 건강문제를 다룬 경고이다. 미국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이민문제와 빈부차 문제가 기사 전체의 근본 메시지였다. 한 블럭에도 여러 개의 네일 업소가 있는 현실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스타벅스 보다 훨씬 많은 네일 업소를 생각할 때 이건 뉴욕 시의 문제이며 나아가서 미국사회의 심각한 문제이다.
과연 이 기사를 읽은 미국인 독자들의 목소리는 어떨까 궁금했다. 가장 많은 독자들이 찬성하고 있는 코멘트와 뉴욕타임스 측에서 동의하는 코멘트까지 일일이 읽어 보았다. 대부분의 코멘트가 사회문제를 다룬 논문 같았다. 혹은 싼 값으로 손톱을 하면서 노예로부터 접대를 받는 것 같은 호강을 누리는 자신들의 사치를 반성하는 글도 있었다.
11일 현재 2천 개가 넘는 코멘트가 달려있다. 그 중에 가장 많은 독자가 동의를 하고 있는 것은, 자신을 코리안 아메리칸이라고 밝힌 긴 글이다. 그는 첫 부분에 한국인들의 교육열과 부지런함은 자랑할 만한 점이라고 하면서 영어 한마디 못하면서도 많은 한국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성공한 삶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일반적으로 한인들이 인종차별적인 자만심을 갖고 있음과 또한 일부 한인 비즈니스 운영자들의 부끄러운 행동을 인정하고 있다.
이 기사를 통해 부끄러움을 자각하고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기 바란다고 쓴 그의 사실적이고 솔직한 태도에 거의 천명에 가까운 뉴욕타임스 독자들이 찬성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기사 중에 언급이 된 ‘여러 개의 부동산과 비싼 미술품을 소지하고 있는 소피아 홍 씨가 운영’하는 ‘메디슨 네일업소’를 찾아 가 보았다. 어머니날인 10일 일요일 오후 한가한 가게 앞에 종업원 두 명이 나와 쉬고 있었다. 그들은 뉴욕타임스 기사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고 주인은 홍 씨가 아니라며 오래 전에 그 가게를 팔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스카스데일의 다른 한인 네일 업소 주인 A씨도 그 가게를 운영하던 홍 씨는 이제 네일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 곳에서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오히려 뉴욕타임스를 통해 ‘일 가르쳐 준다고 종업원에게 돈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며 어떻게 하루에 30달러를 주면서 일을 시킬 수 있냐고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아직은 며칠 안 되어 뉴욕타임스 기사로 인한 영향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손님들로부터 무슨 영향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