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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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고성방가 취객...주민들은 괴롭다

2015-05-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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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취재/ 유흥지화 몸살 팰팍 타운

세수 확대 목적 음주 규제완화 치중
주민들 삶의 질엔 눈감아 주객전도

지난 25일 오후 9시. 노래방과 주점 등이 몰려 있는 뉴저지 팰리세이즈 팍 그랜드 애비뉴 선상의 한 건물은 토요일 밤을 불태우려는 한인들로 북적였다. 주차장은 이미 상가를 찾은 고객들의 차들로 넘쳐났다. 상가내 위치한 업소 4곳 중 노래방 1곳을 제외하곤 모두 술을 판매하는 상황.

그러다 보니 주차장에선 술로 인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도 주차장에선 음주운전자가 일으킨 작은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주차된 차를 앞으로 빼야하는 운전자가 갑자기 후진하는 바람에 뒤에 있던 차와 충돌한 것이다. 퀸즈 플러싱에서 온 가해 차량 운전자는 피해 운전자에게 혀가 꼬인 채 이렇게 말했다.


“술 조금 마셨어요. 같은 한국 사람끼리 무슨 신고입니까. 미안합니다.”
인구 2만명에 불과한 작은 타운 팰팍은 이처럼 주말마다 음주를 위해 몰려오는 외지인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저지를 대표하는 한인타운으로 주변 지역에 사는 한인들의 방문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최근들어 유흥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류 친화 정책…주민은 없다
이처럼 팰팍이 북부 뉴저지 유흥의 중심지로 변해가는 현상은 팰팍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음주관련 규제 완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타운 내 음주객 증가로 타운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음주운전과 각종 범죄가 증가하는 등 삶의 질은 계속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팰팍에 12년째 거주하고 있는 최모(62)씨는 “상인들은 조금이라도 술을 더 팔아야 하는 입장이겠지만, 주민들은 우리 동네에서 사람들이 술을 안 마셨으면 하는 게 기본 바람일 수밖에 없다”면서 “타운 정부가 주민들의 입장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민들의 요구에도 팰팍 정부는 당장 식당내 주류 반입규정인 BYOB의 허용시간 연장안 통과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특히 시의원 2명, BYOB 관련 업주 2명, 주류면허 사업주 2명 등으로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9일 첫 모임을 열었지만, 정작 이날 ‘주민대표’는 참석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위원장을 맡은 크리스 정 시의원은 “어차피 이 논의는 시의회 통과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일부 주민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항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경기가 원인이다?
물론 이 작은 타운에 ‘술’이 가져올 부작용을 타운 정부가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수년 째 지속되고 있는 ‘불경기’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게 타운정부의 ‘항변’이다. 타운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타운내 사업장들의 고충에 귀를 닫고 있을 수만은 없다. 타운 경기가 살아나야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현재 팰팍은 BYOB 시간 규정이 자정까지로 돼 있고, 식당 등의 영업시간도 새벽 3시로 정해놓은 상태.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인근 포트리만 하더라도 BYOB 시간 규정이 없고, 영업시간도 24시간 가능하다”면서 “그만큼 팰팍 식당, 유흥업소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레오니아와 같은 타운은 식당에서의 리커라이선스 자체를 금지하는 전통적인 ‘드라이(dry)’ 타운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주민들의 쾌적한 삶을 보장한다. 팰팍은 이에 비하면 역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음주운전 단속, 1주일에 1명꼴
주민들은 타운의 ‘친 주류’ 정책이 불가피한 일이라면 ‘관리 감독’만이라도 철저히 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외지에서 술을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음주운전자 적발에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9개월간 팰팍 타운 내에서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모두 31명. 반면 주차단속에 걸려든 차량은 모두 1만5,677대였다. 주차단속은 하루 평균 약 60건이나 이뤄지고 있지만, 음주단속은 기껏해야 일주일에 1명꼴인 것이다.

술을 판매하거나, BYOB를 시행하는 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달라는 주문도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리커라이선스를 보유한 한 업주는 최근 본보와 만난 자리에서 “팰팍 BYOB 식당 상당수가 버젓이 물병에 소주를 넣어 팔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업소들이 요즘 단속됐다는 말 들어보았느냐”고 물었다. 이어 “규정을 어겨 영업정지를 당하는 업소도 나오고 해야 제대로 된 음주문화가 자리 잡는다”고 말했다. <함지하 기자>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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