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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의 중요성

2015-04-20 (월)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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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이 발발하기 2년 전인 1590년 조선 조정은 황윤길, 김성일, 허성 등으로 구성한 통 신사를 일본으로 보냈다. 당시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는 자신감에 넘쳐 명나라를 정복할 야욕을 품고 있었으며 조선을 이미 일본의 속국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그의 교만은 극에 달해 선조에게 직접 일본으로 건너와 자신을 알현토록 하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조선 조정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임을 알고 있는 일본 사신들의 끈질긴 중재 노력 끝에 통신사 파견으로 양국 간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동안 통신사 파견도 거절해 왔던 조정은 도요토미가 어떤 인물이고 조선과 전쟁을 일으킬 것인지 이참에 정탐해 보자는 유성룡의 설득으로 선조의 승낙을 받는다.

정탐을 마치고 돌아온 정사 황윤길은 도요토미의 눈빛이 총명해 담과 지략이 출중한 인물로 생각되며 일본의 정세로 봐 반드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부사 김성일은 풍신수길의 눈은 쥐와 같으니 결코 두려워할 인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동인과 서인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당시 조정의 요직은 동인들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조는 황윤길의 주장은 무시하고 동인 김성일의 의견을 채택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명분상 조명 연합군의 승리로 끝난 전쟁이었지만 아무런 대비 없이 조선 강산에서 치러진 7년간의 전쟁으로 백성들이 입은 피해와 상처는 깊고도 컸다. 이는 참모 한 사람의 그릇된 편견과 판단이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다주는지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

전략, 전술, 참모조직 같은 군사용어가 지금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단어로 일반화 됐지만 60년대만 해도 생소한 단어들이었다. 예로 피터 드러커 교수의 ‘성과 경영’의 원제는 ‘비즈니스 전략’이었지만 전쟁용어를 경영서에 도입하면 독자들이 낯설어한다는 출판사의 설득으로 제목을 바꿨을 정도였다.

전투에서 패배는 죽음을 뜻하며 전쟁에 지면 모든 것을 잃는다. 이렇듯 절박한 상황에 대처하는 군대의 조직과 용어들이 기업으로 옮겨간 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음을 뜻한다. 그 중 참모조직의 역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지휘관의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이라면 여러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갖춘 참모들이 포진해 각 조직을 이끌며 최고 경영자의 의사 결정을 돕고 있다. 이렇듯 사업의 성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스태프인 참모를 선택하는 건 경영자의 몫이며 전적인 책임이 따른다. 맡은 분야의 전문적 식견이나 지식을 갖춘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람직한 인격을 겸비한 사람이어야 한다.

경계해야 할 참모 중 첫 번째는 정치적 계산에 능숙한 사람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대부분 학연이나 지연을 빌미로 회사 조직 내 파벌을 구축해 단결을 해치고 입신의 기회를 노리는 암적인 존재다.

두 번째 인물은 눈치껏 행동하는 예스맨이다. 그들의 특징은 본질적 실력은 부족하지만 능숙한 말솜씨로 보고는 언제나 장밋빛으로 가득 찬다. 그러나 자신과 관련한 사안이 발생하면 문제를 숨기려 하거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는 습성이 있다.

세 번째 멀리해야 할 사람은 관료형 참모다. 직급이 올라가면서 차츰 관료화돼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권위주의 사람은 형식에 집착하며 윗사람을 깍듯이 모시는 반면 자신도 부하들에게 똑같은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이런 부서에 소속된 직원들은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렵고 형식에 치우친 나머지 비능률을 초래해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머리 좋고 인간성 나쁜 사람은 회피 대상 0순위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았다.

이상적 참모형은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쌓아가면서 회사를 위해 할 말은 반드시 하는 소신형 인재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대답하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춘 것도 그들의 공통적 특징이다. 만약 이런 참모의 소신 발언에 기분이 상한다면 듣기 좋은 말만 선택해 들었던 선조의 참담한 실패를 기억해 보길 권한다.

그리고 넓은 의미의 참모는 자신과 관계하고 만나는 주위사람들 모두가 포함된다. 그들을 통해 정보도 얻고 때로는 조언도 받으며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고 경영자라면 자신이 지금 어떤 참모진과 함께 하고 있는지 그리고 누구와 가까이 하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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