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사고에도 재심사 회부...65세이상 의사소견 제출해야
시간.지역 등 제한조치도
#사례1. 올해 76세의 한인 이모씨는 최근 자신이 거주하던 퀸즈 우드사이드의 노인아파트에서 직접 차를 몰고 아들이 있는 플러싱을 방문했다가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다. 40년이 넘는 운전 경력을 자랑하던 이씨였지만 옆 차선의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어 급정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앞 차량의 범퍼를 경미하게 파손시켰다.
하지만 경찰은 상대편 차량의 과실은 전혀 따지지 않고 오히려 이씨의 고령을 이유로 “운전 대응능력이 의심스럽다”며 이씨의 운전면허 재심사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DMV에 송부했다. 이 바람에 이씨는 시력검사, 운동신경 검사 등을 거친 다음에야 겨우 운전면허 취소를 면했다.
#사례2. 또 다른 한인 박모(79·남)씨는 교통 표지판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됐다가 운전면허 재심사 통보를 받고 곤욕을 치른 경우. 박씨는 지난달 플러싱의 한 주택가를 주행하던 중 ‘정지’ 표지판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박씨는 “어두운 밤이라 미쳐 표지판을 보지 못했다”고 변명했으나 경찰은 오히려 “고령으로 인해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운전면허 재심사를 통보했다. 하지만 집으로 우송된 통지서를 보지 못하고 재심사 기간을 넘기는 바람에 결국 박씨의 운전 면허가 정지되기에 이르렀다.
전미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전역의 65세 이상 노년층 운전자가 무려 3,500만 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뉴욕 일원의 고령 운전자들에 대한 운전면허 재심사(Driver Re-evaluation Program)가 크게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주 차량국(DMV)의 규정은 운전능력을 의심할 만한 정당한 사유(reasonable grounds)가 발견될 시 경찰관, 의료인 또는 가까운 개인의 의해서 DMV 측에 해당 운전자에 대한 운전면허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뉴욕일원 교통단속 경찰관들이 사소한 접촉사고에도 불구하고 노년층 운전자들을 운전면허 재심사에 회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재심사 통보를 받은 한인 노인들이 “DMV가 규정하고 있는 재심사의 정당한 사유가 고령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DMV와 경찰측은 “아무래도 고령자들의 대응 능력이 일반인들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공공안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퀸즈 플러싱 일원 한인 운전학교 관계자들도 “고령 운전자들의 시력검사 및 필기검사 등에 관한 문의가 하루 평균 2~3건으로 운전면허 재심사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6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 재심사를 받을 경우 ▲신체기능 ▲시력 ▲인식능력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한 고령 운전자는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야 하며 운전자가 70세 이상일 때는 특별 안전교육을 정례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70세 이상의 운전자는 면허증을 갱신할 경우에도 온라인이나 우편을 이용할 수 없으며 본인이 직접 DMV를 방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재심사 후 면허증을 유지하더라도 운전자가 고령일수록 낮시간으로 운전제한,, 사이드 미러 추가설치, 러시아워 시간대 운전금지, 지역 제한, 시력보호 조치 등의 운전 제한조치(restricted driver license)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경우를 피하기 위해 운전재활 전문가에게 미리 테스트를 받아 보거나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이나 ‘스마트 헤드라이트’ 등을 설치해 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천지훈 기자> 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