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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북한과 일본의 ‘스톡홀름 합의’

2015-04-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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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북 일본인 신원확인, 7월까지 제출해야”

▶ 지난해 5월 북-일간, 생존 일본인 귀국-독자적 대북제재 해제 합의

코리안 아메리칸 리포트/북한과 일본의 ‘스톡홀름 합의’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015년 5일 만난 송일호(왼쪽) 북한 북일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와 이히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사진 교도=연합뉴스)

북한이 일본에 보고서 제출 미루자 잔여제재 2년연장
7월까지 최종보고서 제출 안할 경우 완화된 제재 다시 적용 예정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북한이 납북자들을 포함한 북한 내 모든 일본인들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결과의 최종 보고서를 오는 7월까지 일본에 제출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과 일본이 지난 해 5월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합의 발표한 조사결과 보고서의 제출 ‘마감일’(deadline)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루즈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달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북한인권 상황보고서’(A/HRC/28/71)에서 이 같이 밝히고 “북한 정부가 일본과의 양자합의 조건들을 성실히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보고서의 최근 진척상황 부분에서 “일본 정부 고위간부들이 2014년 10월 북한의 조사와 관련된 최근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으나 회의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다”며 “양국의 대화는 환영하지만 2015년 7월까지 조사결과 보고서를 일본에 제출하기로 한 북한이 수개월간 ‘지연 전술을 쓰고 있는 것’(stalled)에 대해 유감을 표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 5월27∼28일 스톡홀름에서 북·일 외무성 국장급 회담을 갖고 북한이 납북자를 포함한 자국 내 모든 일본인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벌여 생존이 확인된 사람의 귀국을 추진하고, 일본이 독자적으로 취한 대북제재의 일부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그 후 북한은 같은 해 7월4일 자국 내 일본인에 대한 포괄적 조사기권인 특별조사위를 설치, 조사에 착수했으며 같은 날 일본은 자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중 일부를 해제했다.

그러나 양국합의에 북한이 조사결과 진척사항을 수시로 일본에 통보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여러 공식·비공식 회의에서 1차 보고서 제출마저 계속 미루자 일본은 ‘스톡홀름 합의’ 후 약 10개월만인 지난 달 31일 대북 수출입 전면금지 등 잔여 제재를 2년 연장키로 공식 결정했다.

따라서 만일 북한이 오는 7월까지 양국 합의에 따른 조사결과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지난 해 7월 완화된 일본의 대북제재가 다시 전면 적용될 것으로 예상 된다.

한편 일본 산케이 신문은 1일자 보도에서 북한이 지난 2월 말 일본인 납치 피해자 관련 정보를 뺀 1차 조사 결과를 통보하는 방안을 일본 측에 타진했으나 일본 측이 ‘납치 문제가 최우선’이라며 통보 받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yishin@koreatimes.com

■기자의 눈 / 한국과 일본의 차이


“북한 인권과 관련해 외국인 납치문제가 거론되는 과정에서 일본이 자국의 관심사항을 자꾸 반영 하려 하는 것 아니냐?” “그런 게 분명히 있다.”

한국 정부의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한 최석영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소식을 전한 연합뉴스 보도 내용 중이다.

세계 인권무대에서 정부를 대표하고 있는 최고대표 관리와 언론 사이의 이 짤막한 질의응답을 통해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더 나가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을 엿볼 수 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해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권이사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로 보낼 것을 권고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를 근거로 유엔 회원국들은 지난 해 12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가 COI 보고서 권고를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하는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따라서 안보리는 같은 달 ‘북한 상황’을 공식의제로 채택하고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첫 회의를 가졌다.

안보리가 최소한 3년간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북한인권 상황을 ICC에 고발하는 결의를 염두에 둔 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자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달 제네바에서 안보리가 북한인권 상황을 ICC로 보내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적용할 수 있는 첫 범죄혐의를 ‘외국인 납치 및 강제실종과 관련 문제’로 가닥을 잡는 내용이 담긴 새로운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COI 보고서는 17 페이지(한글번역본)에서 ‘북한의 외국인 납치 및 강제실종’ 범죄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보고서는 “1950년 이래 북한은 국가의 정책이라는 명목 하에 타국 국민들을 조직적으로 납치하고 송환하지 않음으로서 대규모 강제실종 사태를 초래하였다”며 “다른 국가에서 북한으로 납치되어 ‘강제실종선언’의 정의상 강제실종의 피해자가 된 사람의 수는 아동을 포함하여 20만 명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리고서는 “대부분의 납치와 강제실종은 6.25 전쟁 및 1959년에 일본으로부터의 조직적인 한인 이주와 연관이 있다”며 “그러나 한국, 일본 및 여타 국가의 수백 명의 사람들 또한 1960년대와 80년대 사이 북한으로 납치되었다”고 지적했다.

센 지화(Shen Jhihua) 베이징대 현대사연구중심 특별연구원이 무려 10년 전인 2005년 6월 구 소련의 비밀해제 문서들을 근거로 내놓은 ‘한국전쟁기 북·중 갈등해소’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6.25 전쟁 휴전과 함께 북한이 남한으로 돌려보내지 않은 미송환자가 국군포로 1만3,094명, 강집 ‘의용군’ 4만2,262명 등 도합 5만5,357명에 이른다.

또 미국 비영리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2011년 5월 발표한 ‘납치: 북한의 외국인 납치범죄’ 보고서에서 북한은 6.25 전쟁 당시 남한인 8만2,959명을 북한으로 끌고 갔으며 휴전 이후에도 3,721명 어부들을 포함해 총 3,824명 한국인들을 북으로 납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마루즈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조정관이 지난 달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자국민 12명이 북한에 의해 납치됐다는 결론과 더불어 881명의 납치 사건에 북한이 연관된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내세워 북한에 양국관계 개선의 기본 조건으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북한의 김정일은 2002년 9월17일 평양을 방문한 주니치로 고이즈미 일본 국무총리에게 일본인 납치 사실을 시인했다. 이를 근거로 일본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유엔에서 유럽연합(EU)과 함께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으며 지난 해 5월 북한과 소위 ‘스톡홀름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북·일 ‘스톡홀름 합의’에는 북한이 “1945년을 전후하여 조선령내에서 사망한 일본인의 유골 및 묘지와 잔류 일본인, 일본인 배우자, 납치 피해자 및 행불자를 포함한 모든 일본인에 대한 조사를 포괄적으로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로 하였다”는 조항이 담겨있다.

그러니 사실 한국 언론사 기자가 최근 최 대사에게 던진 질문도 그리고 그에 대한 최 대사의 답변도 모두 맞는 얘기다.일본인들과 일본 정부는 자국민 납북 문제를 자국의 주요 관심사항으로 삼고 꾸준히 국제사회에 밀어붙이며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나름대로 성과를 얻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한국 정부에게 납북자는 물론 국군포로 문제를 “없다”로 일축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 6.25 전쟁 65주년을 맞이한다. 국가의 주권을 상징하는 자국민 보호 문제마저도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허울아래 뒷전에 밀어놓은 한국인들과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제사회에 부끄러움을 느껴야하는 이유다.

<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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