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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체스터/ 칼럼: 마들렌(Les Madeleine) 2

2015-04-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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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영( 웨체스터 씨드학원 원장)

특정한 맛이나 냄새(odour-evoked)로 인해 추억이 생각하는 경험이 있다면, 이것은 프루스트 현상(The Proust Phenomenon)을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다. 프루스트 현상은 심리학자들이 프랑스 심리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1871~1922)의 이름을 따서 만든 말인데, 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la Recherche du Temps Perdu)에서 주인공이 마들렌 한 조각을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으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사연들이 솟아나는 장면에서 비롯되었다.

이 에피소드를 “잠재된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ence) 혹은 “기억의 부활”이라고도 말 할 수 있다. 마들렌은 이름 자체만으로도 부활을 연상하게 한다. 마들렌(Madeleine)을 영어로 하면 막달라가(Magdalene) 되는데, 부활절 아침에 예수의 부활을 처음 목격하고 부활 소식을 제자들에게 알린 증인이다.


막달라 마리아는 프랑스어로 Marie-Madeleine이 된다. 전설에 따르면, 그녀는 약 2000년 전에 기독교를 프랑스로 처음 전하러 왔을 때에 그녀의 이름 막달라 곧 불어로 마들렌이라는 이름도 함께 가져 왔다고 한다. 그래서 조개 모양의 마들렌의 두 번째 상징(emblem)은 “부활”이 될 수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원본 원고(manuscript)에 관련된 일화가 있는데, 원본에는 마들렌이 아니라 토스트(toast)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종 원고에서 프루스트는 마들렌으로 바꾸었다. 종교, 철학, 심리, 정치, 음악, 미술 등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 이었던 그가 마들렌을 선택한 것은, 조개의 주름처럼 마들렌에 접혀진 많은 이야기와 양상(aspect)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들렌의 조개 모양(scallop shell)은 전통적으로 프랑스와 스페인 사람들에게 종교적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수님의 12 사도 중 한 사람이었던 야고보(James)의 상징이 “조개”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많은 종교인들이 프랑스와 스페인을 거쳐서 야고보의 생애를 기리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으로 가는 해안 길에는, 조개의 사인이 길을 인도하며 이 길을 “야고보의 길”(The Way of St. James)이라 부른다.

인생은 어떤 의미를 찾아서 떠나는 긴 여정이기에 순례라고 말 할 수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일곱 권의 장편 소설을 한 문구로 표현 한다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라고 말하고 싶다. 나 자신을 찾아서 떠나는 순례의 길이 아닐까?
이 소설은 주인공의 유년 시절의 부활절 방학을 배경으로 시작하여 “시간을 다시 찾아서”(Le Temps Retrouv?)라는 부제목으로 막을 내린다.

체험과 성찰로 자아를 다시 찾고 희망으로 다시 시작하는 주인공처럼, 나에게 마델린은 과거의 “회상”아닌 앞으로 펼쳐질 날의 시작인 “부활”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이 부활절에 마들렌을 조개 모양의 트레이(tray)에 예쁘게 담아서 사랑하는 성도들과 나누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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