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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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한인 노숙인 ‘쓸쓸한 죽음’

2015-04-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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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행사 도우미’연명 손야곱 집사

▶ “시신 수습한다해도 장례비조차 없어”

뉴욕일원 한인 교계에서 각종 행사도우미 역할을 도맡아왔던 무연고 60대 한인남성이 건강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뒤 홀로 쓸쓸히 숨을 거둬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퀸즈 플러싱 소재 노숙인 쉼터 ‘뉴욕 나눔의 집’의 박성원 대표는 "10여년 전 홀로 미국에 건너와 뉴욕 한인교회들을 돌아다니며 각종 행사들을 도와주고 사례를 받아 생계를 유지해 왔던 손야곱(63) 집사가 지난 1일 플러싱 병원에서 별세했다"며 "뉴욕 일대 한인 교계관계자들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손 집사는 지난해 한인사회 교계행사들이 크게 축소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지난해 연말 월세가 밀려 집주인으로부터 쫓겨나 노숙인 신세로 전락한 뒤 박 대표의 도움을 받아 나눔의 집에 기거해 왔다.

나눔의 집에 왔을 때 손 집사는 이미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이 깊어 있었으며, 한국의 가족과는 오래 전에 연락이 끊어진 상태로 점점 말수가 줄더니 결국 건강상태가 악화돼 지난 2월 병원에 입원했다.

박 대표는 "현재 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는 손 집사는 무연고자 임에 따라 묘비도 없는 공동묘지에 묻힐 상황"이라며 "다행히 병원측이 나눔의 집이 손 집사의 시신을 수습해 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지만 당장 장례비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평생을 외롭게 전전긍긍하며 사는 가운데서도 많은 교회 봉사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최선을 다했었다"며 "마지막 길이나마 외롭지 않도록 장례를 치러주려 하니 한인사회의 온정의 손길을 기다린다"고 당부했다.▲문의: 718-683-8884 <천지훈 기자> 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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