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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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아버지의 추억’ 감동

2015-04-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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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한인작가 우성준 NYT 기고문 감동

재미한인작가가 뉴욕타임스에 메이저리그와 아버지의 추억을 기고한 글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둔 지난 3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페이지에 게재된 ‘야구로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말하기(Saying ‘I Love You’ With Baseball)’가 화제의 글이다.

한인 1.5세 우성준(44 Sung J. Woo) 작가의 기고문으로 어린 시절 미국에 먼저 이민 온 아버지와 야구를 통한 성장기의 추억이 담겨있다. 그가 미국에 이민 온 것은 열 살 때인 1981년이다. 미국에 먼저 와서 가족들을 초청하기 위해 7년간 고생한 아버지의 헌신이 있었다. 가족이 합친 후 부모님은 뉴저지 저지 쇼어에 작은 선물가게를 냈고 대부분의 이민가정이 그러하듯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했다. 어린 시절 그도 가게 일을 돕곤 했다.


우성준 작가는 기고문에서 중학생이었던 1985년 뉴욕 메츠의 에피소드를 통해 부자간의 은근한 사랑을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그는 메츠의 광팬이었다. 친구 대부분이 양키스 팬이었지만 그는 메츠가 그해 카디널스에 아깝게 패한 것을 계기로 팬이 되었다.

아버지는 야구에 무관심했고 무뚝뚝한 성격이었다. 부자간의 대화도 거의 없었다. 그 해 여름 야구 글러브를 사고 싶다는 아들의 얘기에 아버지는 "나도 하나 사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뚱뚱한 편이었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아버지보다 더 뚱뚱한 투수 시드 페르난데스가 기가 막힌 커브볼을 던지는데, 못할 이유가 뭔가? 그날 밤 아파트 근처 공터에서 우리는 캐치 볼을 주고받았다. 난 학교에서 야구볼을 캐치하는 훈련을 해봤지만 아버지는 처음이었다. 아버지가 볼을 받을 때마다 "철썩 철썩" 소리가 났다. 글러브로 부드럽게 잡지 못하고 손바닥 부위로 받았기 때문이다. 아픈 표정을 짓는 아버지와 5분여 캐치볼을 하고 나서 "이젠 그만하자"고 말했다. 아버지에 대한 배려(mercy)가 아니었다. 우리를 지켜보는 동네아이들 앞에서 야구공 잡는 법도 모르는 나이먹은 사람과 캐치볼 하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글러브를 벗은 아버지의 손바닥은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11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생전에 나를 사랑한다고 한번도 말한 적이 없다. 그러나 아버지가 야구공을 받을 때 "철썩"하던 소리는 계속하여 내 귓전을 울리고 있다. 그것은 또 다른 언어로 말하는 듯 했고 그때마다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우성준 작가는 코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뉴욕대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뉴저지 워렌카운티 커뮤니티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창작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08년 단편소설 ‘Limits’로 레이몬드 카버 단편컨테스트에서 수상한 그는 2009년 장편데뷔작 ‘Everything Asian’을 출간했고 신작 ‘Love Love’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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