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사람사는 이야기/ 강수현 프리랜서 패션이미지메이커

2015-04-02 (목)
크게 작게

▶ “또 다른 패션의 신세계 개촉, 신나고 즐거워”

▶ 디자인 커리어 바탕으로 사진.아트.스타일링 등 모든 분야서 활동

패션의 도시 뉴욕에서 패션이미지메이커의 새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한인 여성이 있다. 그는 디자이너의 커리어를 바탕으로 사진, 아트, 스타일링 등 패션의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걸음마 단계지만 미래의 주역을 꿈꾸며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프리랜서로서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하고 있는 강수현(35) 패션이미지 메이커이다.

■뉴욕 FIT 출신 디자이너
그는 2006년 세계 5대 패션스쿨 중 하나인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 입학하면서 패션 공부를 시작했다. 태평양을 건너 유학을 온 것이다. 학교 공부를 마치고는 바로 큰 코어퍼레이트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자신의 창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거의 다른 디자인을 카피하는 일을 해야 했다. 유학생 출신이라 취업비자를 받기 위한 선택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 때는 그 마저도 감지덕지였다. 그러다 2009년 결혼을 하고 비자문제를 해결했다. 남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창작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래서 베라왕에서 테크니컬 디자이너로 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실력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뉴욕에서 젊은 디자이너로 활발히 활동하던 그는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 했다. 그는 특유의 현대적이고 펑키 한 디자인들을 선보였다. 재밌고 심플한 미니멀리즘의 컬렉션이 돋보였다. 그의 아이템은 풍성한 실루엣과 단색으로 통일한 모노크로매틱 한 라인으로 깔끔함과 모던함을 찾는 뉴욕 바이어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는 디자인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다. 아무리 잘 나가는 디자이너가 된다고 해도 각 시즌 당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이 한정되는 한계도 감안해야 했다. 수 없이 많은 놀라운 디자이너들과의 경쟁, 과연 어떤 디자인이 더 좋은가를 가름하고 경쟁하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을까하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그리고는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결국, 자신의 브랜드를 잠시 접고, 좀 더 넓을 세상 속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그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나만의 작품세계에 푹 빠져서 몰두하고 있었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고 부족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패션계의 인맥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껴야했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길은 잠시 접고 보다 넓고 다양한 패션의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고 귀띔한다.

■패션이미지메이커?
패션에 종사하는 디자이너 생활을 하던 그는 자신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들의 작품들과도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패션 스타일링을 시작했다. 스타일링을 하면서 단지 아웃핏을 구성하는 것보다 더 큰 그림을 보고 자신의 컨셉과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패션 아트 디렉팅도 시작했고 동시에 포토그래퍼로도 데뷔했다. 그는 디자인 커리어를 바탕으로 사진뿐만 아니라 아트 디렉팅과 스타일링까지 포함해서 패션 포토 슛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같은 일을 하지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른 슛이 진행되기 때문에 매 순간 순간이 기억에 남고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고 한다. 그래도 제일 처음으로 진행한 일이 잡지에 나왔을 때의 기쁨은 여전히 가장 기억 속에 남아있다고 한다. 하지만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았는데 갑자기 촬영이 취소되거나 컨셉, 사진, 모델 다 완벽했는데 메이컵이 너무 두꺼워서 사진을 망쳤을 때 등등은 속상한 순간들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포토 슛을 진행할 때 매번 다른 컨셉을 구성하는 것이 신나는 일이라고 한다. 다른 분야의 창의적인 아티스트들을 항상 접할 수 있는 것 또한 그의 즐거움이다. 패션 각 분야의 여러 사람들과 만나서 일을 하는 그 자체에서 일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일할 수 있고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다루므로 지겹지 않지만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은 것은 안 좋은 점이라는 그는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의 역량만큼 일을 할 수 있으니 아직도 아메리칸드림이란 말이 적용되는 분야라며 미소 짓는다.
그는 특별한 자부심이나 보람보다는 하루하루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재미있게 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남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뛰어난 감각, 창의력과 다양한 표현력을 갖춘 패션 전문가로 성장하는 모습이다.
현재 뉴욕의 한인사회에는 많은 포토그래퍼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스타일리스트보다는 디자이너들이 훨씬 많은 편이다. 하지만 아직 스타일리스트이자 포토그래퍼 그리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이는 없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패션이미지메이커라 칭한다. 새로운 분야의 개척자(?)로서 힘들지만 또 다른 패션의 신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패션이미지메이커가 되려면 패션마케팅과 스타일링에 대한 이해와 포트그래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각 시즌의 흐름을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 패션 레이블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도 필수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사람들과의 커넥션이다. 지휘, 감독뿐 아니라 조화롭게 어울리면서 일을 잘 진행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하루하루 일하는 행복
그는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Visual things matter)’가 좌우명이다. 피상적인 것에 집착한다고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트분야에 있는 사람으로서 “믿거나 말거나 이 안에 뜻이 있다”는 식의 감춰진 해설에 매료되기 보다는 눈에 보이고 자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드러난 의미를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란다. 일에서뿐만 아니라 사람관계나 살아가는 모든 면에서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어떤 옷을 입느냐는 곧 자기 자신의 고유 언어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남들과 다르게 멋을 부리거나 명품을 입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남을 흉내 내지 말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국에서의 성형집착은 오히려 비주얼한 것에 대한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자신만의 개념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의 눈, 코, 입을 따라가고 싶은 거 아니겠냐는 말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다는 그는 남을 배려할 줄 알지만 그렇다고 좋은 말만 해주는 게 배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원칙과 의리를 중요시 여긴다.
그의 행복조건은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다. 행복은 그저 좋은 거다. 맛있는 걸 먹는 것,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재미있는 걸 하는 것 등이 바로 행복이다. 그래서 행복해지는 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싫어하는 것이 불행은 아니란다. 싫어하는 게 많아도, 싫어한다고 꼭 화가 나는 것이 아니기에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늘 행복은 무조건 불행을 이긴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부모님이다. 엄마아빠는 자신을 35년 동안 사랑해주고 돌봐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베스트 프렌드는 남편이라고 한다. 항상 힘이 되고, 여러 가지로 힘들었을 때, 단 한 번도 자신을 주춤하게 만든 적이 없이 항상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었다. 그에게 남편은 가장 친한 친구인 셈이다. 그래서 그는 매일 봐도 지겹지 않은 사람, 자신의 가장 못 생긴 민낯을 매일 아침마다 보여주며 남들에겐 하지 못하는 비밀얘기를 주고받으며 사는 것이 바로 결혼생활이라고 한다.

패션이미지메이커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신나고 재밌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그의 삶이야말로 하루하루가 바로 행복인 것이다.<연창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