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이스트 빌리지 주상복합 빌딩 폭발사고의 원인이 건물주의 불법 가스관 연결 때문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건물주가 이미 지난해 8월에도 한인 일식집의 가스관을 몰래 끌어다 아파트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욕시소방국(FDNY)은 사건발생 사흘 만인 29일 폭발 현장에서 시신 2구를 발견, 실종자와 신원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본보 3월27일자 A1면>
수사당국과 콘에디슨 등에 따르면 최초 폭발이 발생한 121번지 건물은 지난해 8월6일 불법 가스가 연결된 사실이 적발돼 이미 한 차례 가스 공급이 중단됐었다.
해당 건물은 당시에도 가스공급을 받을 수 있었던 곳은 사고가 나기 직전과 마찬가지로 1층에서 운영되던 한인 김모(59)씨 소유의 ‘스시팍(Sushi Park)’이 유일했던 상태. 하지만 건물주는 지하에 설치된 스시팍의 가스관에서 또 다른 배관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2~5층 아파트 주민들에게 가스를 공급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김씨는 지난해 8월 지하실에서 가스냄새가 나자 911에 이를 신고했고, 소방국과 함께 현장에 도착한 콘 에디슨이 이 같은 ‘불법 가스관 연결’을 발견해 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애꿎은 김씨 가게만 가스 공급이 중단돼 영업을 못하는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당시 김씨는 이를 건물주에게 항의, 약 10일 후 가스 공급은 다시 재개됐다.
문제는 최초 가스공급이 중단된 그날부터 폭발사고가 발생한 26일까지 약 7개월간 2~5층 아파트 주민들은 단 하루도 가스가 끊긴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김씨의 가스를 끌어 쓰다 적발된 후 건물주가 또 다른 곳에서 가스를 끌어왔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김 씨도 본보와 통화에서 “지난해 8월 이후 정기적으로 지하로 내려가 가스관에 또 다른 배관이 연결돼 있는지 확인했지만, 그 이후론 그런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도 121번지 건물과 함께 건물주가 소유하고 있는 바로 옆 119번지 건물에서 가스를 불법으로 연결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사고 당일 건물주가 콘 에디슨으로부터 새 가스 파이프에 대한 인스펙션을 받았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건물주가 인스펙션을 위해 불법 가스 연결을 잠시 해체했다가 이후 콘 에디슨이 돌아간 후 다시 가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본보에 “수사 초기 단계지만 건물 내 불법적 가스배관 연결이 사고를 낸 것”이라면서 “가스관 노후나, 배관공사 중 실수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이날 소방국은 건물 잔해더미에서 시신 2구를 차례로 수습했다.
현재는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해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재로선 실종신고가 된 한인 일식집 스시팍의 종업원 모이세스 이스마엘 로콘 야크(27)와 손님이었던 니콜라스 피구에로아(23)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함지하 기자> 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