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맨하탄 이스트빌리지의 대형가스 폭발 현장을 목격한 ‘앨리스 클리너스’의 김석경(왼쪽) 사장과 ‘SK 델리’의 서병수 사장이 사고당시의 상황을 전하고 있다.
26일 발생한 폭발사고로 운영하던 일식집은 물론 함께 일하던 종업원까지 잃은 김모(59)씨는 억울한 심경을 본보에 털어놨다.
폭발이 일어난 곳이 자신의 가게가 아님에도, 외신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들이 김씨의 가게를 이번 사고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씨는 “지인들로부터 어쩌다 그런 실수를 했냐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면서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폭발사고의 원인은 우리 가게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의 설명과 경찰 발표 내용을 토대로 이날 사건을 재구성해 보면 현재까지 폭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건물주’가 고용한 배관공일 가능성이 크다.
이날 해당 건물(121번지 2애비뉴)에는 콘 에디슨의 가스 파이프 인스펙션이 있었다. 공식적으론 김씨의 가게를 제외하곤 2~5층에는 가스 공급이 안됐기 때문에 건물주는 지난 여름부터 파이프를 늘리는 작업을 해왔고, 이에 대한 안전검사가 이날 실시된 것이다.
콘 에디슨은 오후 2시부터 약 45분간 검사를 한 끝에 최종 불합격 판정을 내리고 돌아갔다. 하지만 가스 냄새가 나기 시작한 건 약 15분 후.이에 스시팍의 매니저는 건물주에게 이를 알렸고, 또 다시 15분이 흐른 뒤 건물주의 아들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배관공과 함께 지하실로 들어갔다. 폭발은 얼마 후 일어났고, 바로 위인 1층에서 영업을 하던 스시팍이 폭발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해당 건물의 2~5층이 지난 여름 보수공사를 끝낸 후부터 폭발 직전인 최근까지 입주민이 들어와 살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칙대로라면 2~5층 입주민들은 가스가 없는 곳에서 살아야 했다. 콘 에디슨이 개스를 공급한 적이 없고, 심지어 미터기 조차 설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개스가 공급되려면 이날 인스펙션에 통과를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실제론 주민들은 히팅을 비롯한 뜨거운 물을 공급받고, 요리까지 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건물주가 지난 여름부터 최근까지 불법적으로 가스 파이프를 연결해 사용했고, 콘 에디슨의 인스펙션 때 잠시 이를 풀었다가, 콘 에디슨이 돌아간 후 연결을 했다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다시 가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씨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주민들을 찾아가 지금까지 가스를 사용했는지 물어보면 되고, 또 콘 에디슨에도 이를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콘 에디슨은 김씨 가게를 제외한 해당 건물에 가스를 공급한 적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함지하 기자> A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