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주가 불법 가스관 연결 의혹
▶ 1층 가스 2~5층에 공급...폭발지점 빌딩 지하
27일 맨하탄 이스트빌리지 7스트릿 인근 2애비뉴 선상 대형 가스폭발 현장에서 FDNY 소속 소방관들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119번지, 121번지, 123번지 등의 세 건물들의 잔해를 치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천지훈 기자>
한인종업원 2명 등 19명 중경상. 2명 실종
26일 맨하탄 이스트빌리지의 5층짜리 주상복합건물 3개동이 폭발 붕괴된 사고는 건물주가 불법적으로 가스관을 연결해 사용해오다 발생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최초 폭발은 한인이 운영하는 일식집 ‘스시팍’ 내부가 아닌 빌딩 지하에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번 폭발사고로 스시팍에서 식사를 하던 20대 손님 1명과 멕시코계 종업원 1명이 실종됐으며, 한인 종업원 2명을 비롯한 19명이 중경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주가 불법적인 가스관 연결이 화 키워=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27일 폭발사고가 일어난 맨하탄 2애비뉴와 7가 인근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수사 초기단계에 있지만 건물주가 불법적으로 가스 파이프 라인을 개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초 폭발사고가 일어난 곳은 한인 일식집 스시팍이 입주해 있던 121번지 2애비뉴 빌딩 지하로, 해당 장소는 공교롭게도 사고 1시간 전 콘 에디슨 소속 가스관 설치 전문가들이 새로운 가스 파이프 허가 여부를 놓고 인스팩션을 하고 돌아간 곳이다. 당시 콘 에디슨은 새로운 가스 파이프가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 결국 설치허가를 내주지 않은 채 돌아갔다.
그러나 수사 당국은 121번지의 건물주가 콘 에디슨 관계자들이 돌아간 이후 사설 기술자들을 고용해 불법적으로 가스관을 연결하면서 폭발사고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121번지는 5층 건물로 원칙적으로는 1층에 입점한 스시팍에만 가스가 공급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2~5층 거주하는 아파트 거주민들에게 그동안 가스가 지속적으로 공급돼 왔을 것이라는 점을 미뤄 건물주가 인스펙션을 받기 위해 불법적으로 연결돼 있던 가스관을 잠시 떼어놓았다가 인스펙션이 끝난 후 다시 연결을 했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스시팍 한인업주 잘못 알려져 ‘억울’=이 같은 사실은 스시팍을 운영하던 한인업주 김모(59)씨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김씨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무너진 121번지 주상복합건물은 지난해 여름 2~5층에 대한 보수공사를 마치고 사람들을 입주시켰다. 하지만 당시 가스 파이프의 크기가 작아, 스시팍에만 가스가 공급될 수밖에 없었고, 건물주는 가스 파이프를 늘리는 작업을 지난해 가을 마친 뒤 사고 당일 인스펙션을 받게 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씨는 “그렇다면 건물내 입주해 있던 아파트 주민들이 가스도 없이 한 겨울을 났겠느냐”면서 2~5층에 불법적으로 가스를 공급해왔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않았다.
경찰은 최초 폭발사고가 일어난 121번지 건물을 비롯해 이후 화재가 옮겨 붙어 121번지 건물과 함께 붕괴된 119번지 건물 역시 동일인 소유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은 현재 건물주가 119번지의 가스를 121번지로 끌어왔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김씨는 자신의 가게를 최초 폭발사고의 진원지로 지적한 언론 등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로 사고 직후 언론들은 이번 폭발이 최초 스시팍에서 발생한 것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스시팍 업주가 기술자들을 고용해 가스관 공사를 하다가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도했다.
김씨는 “폭발이 일어난 곳도 내 가게가 아니며, 폭발의 원인도 가게 가스 공사가 아닌 건물 전체 가스 공사가 이뤄진 건물 지하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명 실종, 한인 2명 등 19명 부상=현재 경찰은 이번 폭발사고로 최소 2명이 실종되고, 19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부상자 중 3명은 여전히 위독한 상태다.
부상자 중에는 스시팍에서 일을 하던 한인 2명이 포함됐지만, 현재 이들 중 1명은 경상으로 판단돼 사고 당일 퇴원을 했으며, 나머지 1명은 경과를 지켜본 뒤에 27일 오후 늦게 혹은 28일 병원 문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실종자는 이 식당에서 일을 하던 멕시코계 종업원 모이세스 이스마엘 로콘 야크(27)로, 김씨의 식당 메인 홀에서 지난 3년간 서빙보조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실종자는 니콜라스 피구에로아(23)로 알려졌으며 사고 당시 스시팍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스시팍 업주 김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다른 건 어차피 되돌릴 수 없다 해도 함께 일한 직원을 지금 못 찾고 있는 게…너무 안타깝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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