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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은행의 일탈

2015-03-24 (화) 안병찬 / ABC회계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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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UBS 은행이 발칵 뒤집어졌었다. 연방국세청(IRS)로부터 2002년 12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UBS 은행이 가지고 있는 미국 납세자의 정보를 모두 제출하라는 ‘John Doe Summons’를 받았기 때문이다.

John Doe Summons는 특정인을 지정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 대해서 자료를 요구할 때 사용하는 소환장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한 일로 UBS 은행의 근간을 흔드는 큰 사건이었다. 스위스 국적은행인 UBS는 결국 IRS에 두 손을 들고 천문학적인 벌금과 4,450명의 고객명단을 넘기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미국 납세자들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역외탈세와 해외재산 이동과 관련되어 많은 영향을 주어왔고, 전 세계적으로 역외탈세 방지에 대한 공조를 공고히 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IRS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국 납세자들에게 전 세계에 있는 해외계좌는 물론 소득에 대해서 자진신고할 기회를 주었고, 이를 통해 수만명의 납세자들이 자진신고를 통해서 IRS 시스템으로 들어갔다. 지금도 이들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이고 계속해서 그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IRS는 UBS 은행과 HSBC 은행에 John Doe Summons를 통한 정보 획득에 좋은 성과(?)를 올리자 지난해에도 HSBC, Citibank, Chase, Bank of America, Mellon, FedEx, DHL, UPS 등으로 확대해서 John Doe Summons를 발송해 역외 탈세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들을 집중적으로 감사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International News Organization의 발표에 따르면, HSBC 은행은 200여개 국가로 부터 10만명이 넘는 고객들의 자금을 관리해 주면서 탈세를 돕고 돈세탁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10만명이 넘으니 이 중에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인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전 하이티 대통령, 도망 중인 다이아몬드 딜러, 인터폴 수배자, 러시아 푸틴 대통령 절친, 유명 연예인, 아랍의 왕족 등 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들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숨긴 돈의 이유도 다양한데 채권자로부터 재산을 빼앗길 것을 염려해서, 전 배우자와 재산을 분담하는 것이 싫어서, 정치적으로 재산을 압류당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소득세율 때문에 등 다양한 이유로 재산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이렇게 숨겨진 돈에 대한 비밀이 새나와 수십억달러의 세수를 증대시켰다고 밝히며 2018년까지는 비밀계좌를 통한 역외탈세에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그냥 공언이 아니라, 실제로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110개국 이상의 나라에 14만개 이상의 금융기관들이 미국과 각 나라에 계약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필요한 시스템이 속속 완성되고 있어서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의 국세청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것이 설득력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최근 HSBC가 특별 관리하고 있는 고객들의 탈세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충격적이다. 그 이유는 HSBC는 이미 IRS와 남미 마약딜러들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19억달러의 체납세금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인데다 지난 수년간 싱가포르 지점 등 이미 여러 지점이 IRS로부터 소환장을 받았고, 이 때마다 HSBC에서는 이런 점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탈세와 돈세탁 등의 중심에 서있는 듯한 이미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HSBC 은행은 앞으로는 이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예전처럼 말로만을 때우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크다.

역외탈세와 해외 금융자산에 대한 국세청으로의 보고는 이제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부분에 대한 공조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공조가 점점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것이므로 해외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물론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에 대한 세법준수 규정을 잘 이해해서 불필요한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213)738-6000

<안병찬 / ABC회계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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