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민들레를 사랑하는 수녀가 겨울의 끝자락에 뉴저지를 찾아 한인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했다. 지난 14일과 15일의 메이플우드 성당 강연을 시작으로 16일에는 티넥의 나비박물관, 18일 포트리의 마돈나 성당에서 ‘이해인 수녀와 함께 하는 시와 삶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교회력으로는 요즘이 사순절이라 참회와 정화의 시기이지만, 투병을 하다 보니 이제 가을보다 봄이, 그리고 달빛보다 햇빛이 좋아졌다는 이해인 수녀는 ‘봄 인사’, ‘아침기도’등 자작시를 읽으며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갔다.
부산 광안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수도원에서 50년을 살았어도 아직 내 접시에 얹힌 계란말이가 남들보다 하나가 적어도 금방 속이 상하는 자신을 본단다. 큰 것은 버렸다고 하면서 작은 것은 아직도 움켜쥐고 있다는 것이다. 시도 마찬가지. 시를 쓰기는 쉬워도 쓴 시처럼 살기는 힘들단다. 그렇다 해도 자신을 용서하고, 위로하고, 재미있게 살자고 얘기한다. 부족한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고, 책을 읽어주듯이 서로 잔잔히 사랑하잔다.
올 한해도 드라마처럼 별나고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들뜨지 않은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일상이라는 사막을 건너고, 무력과 나태와 무관심을 극복하고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인 양 할 일을 미루지 말자고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새롭게 조명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다시 보고, 매일 거친 말보다는 고운 말을 주고받는 노력을 해보라고 권한다.
시와 삶이 일치되는 삶을 살았던 타고르와 윤동주를 좋아하는 이해인 수녀는 하느님과 인간과의 수직적인 사랑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수평적인 사랑이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사랑의 완전한 형태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 수평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하여 이해인 수녀는 잠시 수직의 구도적 삶을 접고 한인들을 만나러 이곳에 온 모양이었다.<한영국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