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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네티컷/ 칼럼: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2015-03-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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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헌 (맨체스터 대학 철학교수)

콜로라도에 스키여행을 갔던 딸아이를 비행장에서 브루클린까지 데려다 주면서,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 세대와는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이민 첫 세대들이 겪은 애환이야 말 할 필요도 없지만, 2, 3세 자녀들의 삶을 바라보며 뿌듯한 만족감과 함께 다른 한 편으로는 과연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민한 사람들은 한 결 같이 자녀 교육을 위해 또는 잘 살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자녀 교육은 모두 잘하고 있는지 또 잘 살려는 소망은 다 이루어졌는지 우리 모두 잠시 바쁜 생활을 멈추고 돌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자녀들의 관점에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민 세대 부모들의 일반적인 공통점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녀들의 성공을 통해서 만족하려는 보상심리 라고 한다. 자녀들의 관심이나 재능 보다는 부모들이 원하는 것을 우선 강조하다 보니, 소위 성공한 아시아인 2세들은 모두 의사와 변호사가 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대체로 부모들이 이민자로 고생했고 자신들을 위해 희생했다는 것을 인정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자녀들이 그런 부모들을 인격적으로 사랑하고 존경하지는 않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왜 자녀 들은 나도 우리 부모님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단지 어느 특정한 직업 때문이 아니라, 부모들의 가치관과 삶의 모습 때문 이라는 것이다. 자녀들이 생각하는 잘 사는 삶이란 부모들의 생각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자녀들은 자신들이 꼭 아이비리그 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에게 맞는 학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기를 원하며, 자유로운 직업을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 한다. 밤낮으로 직장에 매어있는 것을 현대판 노예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은, 자기들을 위해서 밤낮으로 직장에 매어 있는 부모들의 희생이 고맙기는 하지만, 존경과 사랑의 대상 이 되거나 그 것이 꼭 필요한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당한 선에서 일을 마무리 하고,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이 더 잘사는 삶이라는 젊은이들의 생각은 사실 건전하고 옳은 생각일 수 있다. 자유로운 생활, 자녀들과 같이 하는 활동, 인격 인성을 계발하기 위한 진솔한 대화, 자기 집과 가정뿐 만 아니라 이웃과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부모들의 사회적인 관계가, 자녀들에게는 밤낮으로 일하는 희생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자녀들에게 존경 받지 못하는 부모, 사랑 받지 못하는 관계 속에서 잘 사는 삶이란 이루어 질 수 없다. 인생은 여행과 같은 것이다. 여행의 한 순간 순간이 즐겁고 복된 것이어야 함과 같다. 인생은 짧은 것이며, 이민 생활은 더욱 짧다. 갖은 고생 다해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서산에 해가 졌다면 좋은 여행이라고 할 수 없다.

잘 사는 삶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하고 노력하는 부모를 자녀들은 본받고 존경 한다. 자녀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부모들이 잘사는 삶을 사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한 자녀 교육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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