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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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한인사회 건강지킴이 추문영 영양사

2015-03-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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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바쁠수록 한인사회 건강” 은퇴 후에도 왕성한 활동

▶ 뉴욕주 공무원 영영사로 33년

올바른 식생활을 통해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한인사회 건강지킴이로 활동하는 한인 여성 영양사가 있다. 그는 30여 년 동안 뉴욕 주 영양사 공무원으로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은퇴 후에는 한인들의 건강을 위해 봉사로 헌신하고 있다. 영양상태 개선뿐 아니라 당뇨, 심장병, 고혈압 등의 성인병 예방과 관리에도 앞장서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35년 동안 영양사로서 외길인생을 걷고 있는 추문영(59) 영양사이다.


영양사의 길

추문영(59)씨가 영양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대학입학 때부터다. 1974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한 것이 인연이 된 것이다. 부모들은 의대, 약대, 간호대에 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좀 더 쉽고, 흥미도 있으며 자신의 적성에 맞는 영양사의 길을 선택했다. 대학 4년 동안 지식을 쌓고 졸업 후 1978년 국가시험을 보고 영양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영양사로서 직장생활을 하지는 못했다. 1979년 가족들과 함께 오클라호마로 미국이민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이듬해인 1980년 뉴욕으로 왔다. 미리 뉴욕에 정착한 한국에서 사귀던 연인과 결혼을 하기 위해서다. 결혼 후 시아버지의 주선으로 만난 당시 뉴욕 주에서 일하던 김종원 영양사의 도움 덕분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첫 직장은 발달장애자를 돌보는 뉴욕 주 기관인 브루클린 성장 센터였다. 뉴욕 주 공무원으로 취직해 영양사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영양사 보조로 출발한 그는 2년 후에 영양사로 승진했다. 5년 뒤에는 영양사 감독관(Supervising Dietitian)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섰다. 그리고 또 5년이 지났을 때는 영양국(Nutrition Service Department)의 관리자(Administrator)로서 총책임자의 자리에 올랐다. 그 후 1998년에 뉴욕 주 기관인 Metro New York Developmental Disability Service Office로 자리를 옮긴 다음 2007년 퀸즈의 Bernard fineson DDOS에서 영양국 관리자로 한 단계 더 승진을 했다.

그렇게 뉴욕 주 기관에서 영양국 총 책임자로 일하던 그는 주 정부에서 일한지 33년 만인 2013년 은퇴를 했다.그는 “30년 이상 일을 했거나 나이가 55세가 되면 은퇴를 할 수 있다. 자격조건이 돼서 은퇴할 수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홀로 되신 어머님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한다.

한인사회 건강지킴이

그는 2013년 33년 동안의 공무원 영양사로서 은퇴를 했지만 영양사의 외길 인생을 접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인들의 건강지킴이로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뉴욕한인봉사센터 공공보건부에서 한인들의 건강을 위한 각종 캠페인을 도와주고 있다. 현미, 잡곡 먹기 캠페인, 저염식 캠페인, 교회와 공공단체에서 뉴욕시 음식기준 따르기 등을 통해 필요한 식생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바른 식생활과 건강한 식단을 통한 당뇨, 심장병과 고혈압 등의 성인병 예방과 관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효신교회와 코로나 경로회관에서는 노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양 주제를 골라서 한 달에 한 번씩 영양 강의도 거르지 않고 꼭 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1996년부터 시작한 뉴욕시 보건국이 실시하는 음식점, 식품업소 종업원들을 위한 한국어 식품강의 역시 은퇴 후에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한인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건강한 식생활
과 운동으로 만성병을 예방, 관리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건강한 식생활 실천을 위해서는 채소, 과일, 잡곡 등을 많이 먹을 것을 권유한다. 한인들에게 부족한 양질의 칼슘과 비타민 D를 공급받기 위해 하루에 무 지방이나 저지방 우유를 2컵 이상 마시거나 요구르트를 먹어도 좋다고 한다.

고기는 기름을, 닭고기는 껍질을 제거하고 생선은 일주일에 2번 이상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장한다. 기름은 올리브, 포도 씨나 카놀라 기름을 사용하고 견과류를 자주 섭취하며 과체중과 비만을 유도하는 탄산소다나 과당음료는 가급적 피하고, 고혈압 예방을 위해서는 저염식을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한인교회의 단체급식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한인교회 점심은 밥, 국, 김치를 주로 먹게 되는데 밥은 흰쌀보다는 여러 가지 잡곡은 섞은 잡곡밥을 제공하면 당뇨의 예방과 치료는 물론 심장병과 암 예방, 변비 해소뿐 아니라 많은 영양가를 섭취할 수 있다고. 국은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 짜지 않게 만들고 건더기를 많이 먹고 국물을 적게 먹으면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된단다. 김치 이외에 나물, 샐러드를 첨가하고 더 좋은 영양을 섭취하고, 커피 대신에 녹차를 제공하면 심장병과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권한다. 어린 아이와 중, 고등부 학생들에게는 소다나 도넛은 피하고, 영양 빵, 우유, 100% 주스를 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는 음식으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건강식이나 식이요법을 통해 건강을 되찾음으로서 삶에 변화가 왔다며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영양사로서의 보람을 느낀다. 그런 것들이 바로 그가 은퇴 후에도 한인사회의 건강지킴이로서 한인들의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유다.

그는 “한인들의 건강을 위해 봉사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있다. 환자나 한인사회의 영양 상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영양사로서의 자부심이자 보람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고마운 사람들

그는 영양사는 많은 사람들과 상대하고 소통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환자, 환자가족, 의사, 간호사, 약사, 식품서비스 종업원과 판매자, 다른 부서 책임자 등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은 점이지만 의견이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때는 오히려 힘들기도 하다고 전한다. 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학 분야 직종들보다 봉급이 낮은 단점이 있지만 영양사는 여러 분야에서 일 할 수 있음을 장점으로 꼽는다.

그는 영양사는 전망이 좋은 직업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한인들의 진출이 많지 않아 안타까워 한다. 요즘은 병이 생겼을 때 치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병 예방에 중요한 것은 바로 건강한 식생활이다. 메디케어에서 병 예방 활동으로 영양사에게 영양 상담 받는 것을 승인 받기 위해 많은 사람, 기관들이 노력하고 있고 곧 실현이 되게 되면 더 많은 가능성도 있다. 영양사는 병원, 양로원, 발달 장애인을 위한 기관, 학교 급식, 언론에서의 상담과 자문, 식품 회사, 수퍼마켓 영양자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보다 많은 한인 젊은 세대들이 전망이 밝은 영양사의 직업에 진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30여 년 이상 영양사로서 일을 하는데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 중에도 몇몇은 너무나 고마워 잊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이 김종원 선배 영양사다. 미국에서 직장을 알선해 영양사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먼저 시작한 식품 보호 강사, 노인들을 위한 강좌 등도 고스란히 물려줬다. 그래서 은퇴 후에도 한인들의 건강지킴이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김종원 선배 영양사 덕분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 명은 1990년 공인 영양사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미국친구이자 슈퍼바이저였던 베티 웨스트다. 그는 영양사 자격 취득에 필요한 병원 인턴십 알선과 더불어 승진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잊을 수가 없단다.

그는, 무엇보다도 남편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니며 네 살 많은 교회선배로 만나 대학 때 연애를 하다가 뉴욕에 와서 결혼한 남편이 있었기에 은퇴 후에서 꾸준히 영양사의 길을 꾸준히 갈 수 있다고 귀띔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남편이 자신이 영양사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고 육아와 가사에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그런 도움 없이는 직장 일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고마워하고 있는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1남2녀의 자녀들이 신앙 안에서 잘 자라고 있음에 만족한다는 그는 “비록 은퇴는 했지만 남은 인생도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한인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인터뷰를 마치며 영양사만큼 의식주를 벗어날 수 없는 우리에게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직업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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