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재이유 뭔가?”근본적 성찰 있어야
▶ 1세.회장 중심 막을 내리고 전문 경영인 체제 구축을
지난해 11월12일 맨하탄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전세계 국가수반 등 최고위 인사들만이 머문다는 이 호텔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젊은 한인 9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축배를 들고 뉴욕 한인사회의 성공과 발전을 기원하는 행사가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사무총장 윤경복) 주최로 열린 것이다. KACF의 연례 만찬 행사를 겸해 이날 행사에는 특히 콜린 파월 전 연방국무부장관이 기조연설자로 참석하면서 2세 한인사회의 높아진 위상 또한 실감케 했다.
2세 젊은이들이 KACF에 모이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들을 보살펴주고, 성장시켜 준 한인사회에 빚을 갚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모금된 금액 130만 달러를 올해 중 한인 이민자권익 단체를 비롯 지역 노인, 청소년 단체, 장애인 단체, 봉사단체 등에 지원할 예정이다.
KACF는 이미 지난 13년째 이 같은 활동을 벌여오며 수십 군데의 한인 비영리 단체에 무려 4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기금 지원은 물론 일반 단체들의 자립기반 조성을 돕는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해오고 있다. 실질적인 한인사회의 맏형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존재 이유가 분명하고, 목표 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에 젊은 한인 2세들이 KACF에 열광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와는 달리 언제부터인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조차 불분명해진 뉴욕한인회로서는 당연히 젊은 세대 뿐 아니라 일반 한인들에게도 외면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처지로는 더 이상 50만 뉴욕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은커녕 머지않아 일반 봉사단체로서의 기능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란 게 공통된 시각이다. 사실 이같은 이유로 오래 전부터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뉴욕한인회에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근본적인 체제 개편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왔다.
익명을 요구한 뉴욕한인회의 한 전직 임원인 P씨는 “1세 중심, 회장 중심으로 이어져온 55년 역사의 뉴욕한인회 체제는 이제 막을 내리고, 21세기 한인 이민사회에 부합하는 새로운 뉴욕한인회를 건설해야 할 때”라며 “더 늦게 되면 허울만 있는 한인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한인단체 관계자들은 이를 위한 해법으로 우선 뉴욕한인회가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기본 역할 재정립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안정된 운영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KACF나 뉴욕가정상담소만 봐도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가 확실하다 보니 보조금도 나오고, 기부금도 모인다”면서 “뉴욕한인회가 지금처럼 단순히 뉴욕한인회관 렌트 만을 수익 모델로 삼을 게 아니고, 누구나 기꺼이 한인회에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인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이런 체제 개편에 앞서 하루빨리 뉴욕한인회장 2년 임기제를 손질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직 이사 출신인 한 뉴욕한인회 원로는 “2년이라는 시간은 한인회장이 업무파악을 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라며 “한인회장 뿐 아니라 함께 출범하는 임원진과 이사진 모두 2년 이내의 활동기간만을 보장받기 때문에 한인회는 늘 자리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현 회장제를 사무총장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인사회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인 단체들은 대부분 회장제를 채택하는 대신 ‘사무총장’ 등의 타이틀을 내건 일종의 전문 경영인을 앉혀놓고, 이사들이 ‘성적’에 따라 사무총장의 활동기간을 늘리기도, 줄이기도 한다.
KACF 윤경복 사무총장이나, 뉴욕가정상담소 윤정숙 소장, 뉴욕한인봉사센터(KCS) 김광석 회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장기집권’(?)이라는 비난을 하는 한인들은 거의 없다.
이와관련 한인 비영리기단체 관계자 K모씨 역시 “규모가 작은 비영리 단체를 제대로 운영하려 해도 전문 지식이 상당히 필요한데 뉴욕한인회는 더욱 유능한 사무총장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인 2세들의 기대치를 맞추고, 한인 1세대들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그런 전문 경영인이 뉴욕한인회를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함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