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이순신 장군(1545-1598)은 한국의 손꼽히는 위인이다. 그는 임진왜란(1592-1598)의 칠년 기간 동안 23전 23승의 신화와 더불어 한국인들의 자랑스러운 역사적인 상징이다. 그러나 위인이라면 반드시 시련을 격어야 하는데 이순신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일생은 고생과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이러한 이순신 장군의 일생에도 특히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정유재란이 터진 이후 삼도수군통제사로 있었던 이순신은 모함을 받아 그를 시기한 원균에 의해서 백의종군을 하게 되었다.
그는 원균뿐만 아니라 왕과 조정의 시기와 감시를 받았고 심한 고문을 받았다. 그리고 이순신 대신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원균은 칠천량 전투의 패전으로 전선을 다 잃은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이순신은 자기를 버렸던 조정의 부르심을 받아 다시 전장으로 향하게 되고 명량에서 거북선도 없이 단 12척으로 수십 배에 달하는 일본수군을 격파하는 기적을 이루어낸다. 원균이 160척으로 못 이루어냈던 승리는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으로 이루어 낸 것이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를 외치며 두려움에 떠는 병사들을 이끌고 전진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때 상황으로 볼 때에는 이순신이 다시 시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순신은 어떻게 그리고 왜 다시 시작하겠다는 어찌 보면 무모한 결정을 했을까? 과연 역사 속의 인물 중 이순신과 같은 결정을 했을 인물은 몇이나 되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한 이순신장군의 정신은 무엇이었나? 한번쯤은 역사를 뒤돌아 봤을 때 생각해야 할 질문들이다. 과연 그는 보복의 감정이 없었나? 그는 사람으로서 분명히 분노와 억울함이 있었을 것이다.
과연 다른 인물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아마 왜군보다 왕과 조정이 있는 한양을 먼저 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순신은 한양을 칠 최선의 조건을 가졌다. 그는 조선의 최강의 군사들이 있었고, 누구한테도 지는 일이 없는 탁월한 전쟁 천재성을 지녔고, 제일 중요하게도 그는 천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민심까지 있었다. 자기 정권을 내세울 최고의 조건이다. 역사 속 인물 중에서도 이러한 이순신 장군의 조건 일부분만 가지고도 정권을 세운 인물들이 많다.
예를 들면 위화도 회군을 지시한 이성계(1335-1408)에서부터 임진왜란 이후 망가진 도요토미 히데요시 가문을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한 도쿠가와 이에야스(1543-1616) 같은 인물들이다. 특히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자기 이익이 남지 않을 행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순신 장군이 만약 이들과 같았다면 한양을 백번 만번은 쳤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 왕조를 무너트릴 명분마저 있었다. 그는 나라를 구한 위인인데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왕의 감시와 시기를 당하며 목숨도 조정의 손으로 거의 잃을 뻔 했으며 치욕의 백의종군을 하며 자신의 아들이 왜군의 손으로 전사 하는 비운까지 겪었다.
그러므로 충분히 반란을 일으켜도 뭐라고 할 수 없는 기막힌 명분까지 있었던 이순신 장군이었다. 조선 역사 속에 이괄의 난(1624) 이라는 사건만 봐도 그렇다. 이괄(1587-1624)은 정부의 감시와 핍박을 당하자 난을 일으켜 한양까지 함락시켰다. 그러나 오늘날의 일부분의 역사가들은 이괄을 비난하는 것보다 동정해준다. 왜냐하면 이괄이 분노할만한 명분과 피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받은 피해 또한 이순신에 비하면 별 볼일 없다. 만약 이순신이 이괄과 같았다면 한양을 분명히 공격하고 자기한테 피해를 안겨준 왕과 조정의 세력들을 섬멸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끝까지 왕과 나라에 대한 충성심을 잃지 않았다. 이 사건을 통해서 위인들도 단계가 있다는 것을 볼 수가 있다.
1 단계는 자기이익을 챙기기 위해 움직이는 자기위주의 정신을 지닌 도쿠가와 아니면 이성계 같은 인물들이다. 더 나아가 2 단계는 조선시대의 이괄 장군처럼 모함을 당했을 때 반란까지 서슴지 않는 피해주위의 인물들이다. 그러면 이순신 장군은 어떤 단계의 위인이었을까? 바로 절대 충신 위인일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익이 남지 않고 고난이 따르는 삶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게 바로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정신이자 진정한 위인들의 정신이다. 이 정신이 한국역사를 위대한 역사로 만든 정신이다. 이순신의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충심이 오늘날 한인들에게 자랑스러운 교훈이 되어 우리 모두의 정신이 되어야 하겠다.
<김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