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정부 운영 포탈, 공인인증서 등 요구
▶ 보안프로그램 설치 안돼 재외국민엔‘먹통’
주재원인 이모씨는 한국내 주소지 변경을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민원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3시간 동안 컴퓨터와 씨름을 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이씨는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라고 해서 매뉴얼대로 따라 했는데 시작 화면조차 나오지 않고 계속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메시지만 나왔다”며 “집에 있는 다른 컴퓨터로 접속을 시도해봤지만 결국 포기하고 공인 인증서를 한국에 있는 친척에게 원격으로 보내 업무를 처리했다”고 불만을 늘어놨다.
최근 영주권 신청을 위해 민원 포털 사이트에서 출입국 증명서 출력을 시도하던 한인 김모(32)씨도 컴퓨터 앞에서 2시간 가까이 고생하다가 포기하고 다음날 총영사관을 찾아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한국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전자민원서류 발급 서비스인 ‘민원 24’(minwon.go.kr)가 미국을 비롯한 재외국민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미주 지역에서는 프로그램의 매뉴얼에 따라 각종 보안 및 발급 프로그램을 개인용 컴퓨터에 설치해도 계속 오류메시지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이 서비스 자체가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원 24를 이용해본 한인들에 따르면 이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수차례 지적이 돼왔던 ‘액티브 X’와 같은 보안프로그램의 설치 의무화다.
실제로 ‘민원 24’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키보드 보안기 설치, 개인정보 암호화, 인터넷 민원발급 프로그램, 발급모듈 보안, 전용 뷰어, 전자지갑, 구비서류 업로드 프로그램, 발급문서 진위확인 등 설치를 요구하는 프로그램이 8종류에 달한다.
이와 함께 서류발급 및 출력을 위해서는 공인 인증서는 물론, 출력용 프린터도 공유 설정이 되어 있을 경우로 출력이 제한된다. 김씨는 “정부에서 민원인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보안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5개 이상 프로그램 설치를 강요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각종 민원서류의 경우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보안 프로그램의 요구 수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해외 지역에서도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개선 방향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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