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해외금융계좌 납세법 시행으로
IRS, 지난해 한인 102명 시민권 반납
맨하탄에 거주하는 김모(67)씨는 요즘 미 시민권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유인 즉 한미양국의 합의로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해외금융계좌 납세법(FATCA)’ 때문이다.
한국에 미국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100만 달러가량의 은닉 재산을 갖고 있는 김씨로서는 이같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자칫 수십만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된다.
김씨는 “어차피 칠십이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 여생을 살 생각이었는데 몇년 일찍 귀국하기로 했다.”면서 “그래도 아들 가족들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려하니 서운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FATCA 시행이 본격화되면서 미 시민권을 포기하는 한인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연방국세청(IRS)이 최근 발표한 시민권 반납 명단 자료를 한인 추정 성씨와 이름으로 분류한 결과, 지난 2014년도 한해에만 100명이 넘는 한인들이 시민권을 반납한 것으로 추산됐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24명 ▶2분기 22명 ▶3분기 9명 ▶4분기 47명 등 모두 102명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미국 전체 국적포기자 3,415명 중 2.9%를 차지하는 것이다. 미국 인구 가운데 한인 인구 비율이 1% 미만 인 점을 감안하면 한인들의 국적 포기율은 매우 높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IRS 자료에는 한인들의 시민권 포기 원인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7월부터 본격 시행된 FATCA가 시민권 포기자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적 포기자들의 상당수는 연간 소득이 9만7,600달러가 넘는 고소득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FACTA는 한국 등 해외금융 계좌에 5만달러 이상을 예치해 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정보가 현지 금융기관을 통해 의무적으로 IRS에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만약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이자 소득의 최대 30%를 벌금으로 물어야 하고 고의적인 탈세로 판단되면 10만 달러 또는 미신고 금액의 50% 중 큰 금액을 벌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더구나 이번 FATCA 시행으로 은닉재산의 적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장 관련 한인 납세자들의 발에 불똥이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해외에 1만 달러 이상 예치해 둔 납세자들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는 해외계좌신고제(FBAR)를 어길 경우 벌금으로 계좌당 최소 1만 달러에서 최대 미신고 은행잔고 금액의 50%를 지불토록 규정하고 있으며, 케이스에 따라 심하면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한인 고액 자산가들이 세금 부담을 줄이려고 시민권 포기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이경하 기자> 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