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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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꿈의 기록 서브-3 달성한 류종우 아마추어 마라토너

2015-0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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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 빼려고 시작했는데...인생이 달라졌어요”

2012년 2월 조지워싱턴 마라톤 대회 시작해 총 21개대회 완주
작년 11월 필라델피아 마라톤서 2시간58분47초로 서브-3 달성

마라톤은 흔히 인생에 비유된다. 26.2마일 풀코스를 달려보면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풀코스를 3시간 이내 완주(서브-3)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서브-3은 아마추어 마라토너에게 꿈의 기록인 셈이다. 한인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서브-3을 기록해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지난해 11월 필라델피아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58분47초의 기록을 달성한 류종우(42) 아마추어 마라토너다.

▲마라톤과의 인연


그는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 마라톤과 인연이 됐다. 2011년6월 80Kg의 체중을 줄이기 위해 동네공원에서 걷기를 시작했다. 걷다보니 빨리 걷고 싶고 그러다 보니 달리게 됐다. 처음에는 공원 한 바퀴를 걸으며 돌았다. 그러다 걷다 뛰고, 뛰다 걸었다. 그러다보니 뛰는 게 좋았고 달리는데 자신도 생겼다. 자신을 점검하고자 홀로 하프마라톤 신청을 했다.

하지만 날씨 관계로 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자신의 능력 테스트는 무산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한인마라톤클럽에 가입할 것을 권유 받았다. 그때까지 홀로 뛰는 ‘독립군’이었던 그는 흔쾌히 따라 나섰다. 그 때가 2012년 1월. 홀로 뛰던 그가 지금은 마라톤을 즐기는 마라톤 예찬론자가 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이다.

그가 처음 머리를 얹은 것은 그 해 2월 조지워싱턴탄생기념 마라톤 대회. 마라톤 입문 1개월 만이었다. 첫 대회서 완주를 했다. 3시간37분 호기록이었다. 열심히 달린 결과다. 물론, 피땀 흘려가며 연습과 훈련도 많이 했다. 그는 80Kg의 몸무게를 현재 62Kg로 빼는 데도 성공했다.

그는 “마라톤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그저 달리다보면 즐거움에 취해 달리고 있다. 대회에 나가서는 열심히 뛴다. 끝까지 달려 완주를 하기 위해서다. 첫 대회에 참가해 완주했을 때 기뻤다. 기록도 좋아서 참으로 행복했다”고 말한다.

▲꿈의 기록 서브-3을 달성하다.

그는 매년 6-7개 대회에 참가해 완주했다. 짬짬이 하프마라톤도 뛰었다. 그동안 23.2마일의 풀코스를 21개 대회에서 완주했다. 첫 대회 기록은 3시간 37분, 최고기록은 3시간7분대로 이미 서브-3 달성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11월 필라델피아 마라톤 대회에서 드디어 풀코스를 2시간58분47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마라톤 시작 약 3년 만에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꿈인 서브-3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그래서 그가 마라톤을 하면서 최고의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 대회가 바로 이 대회다. 22마일을 지나면서 고질병인 쥐가 낫지만 바늘로 수차례 허벅지를 찔러가면서 완주해 세운 기록이라 더욱 그에겐 의미가 크다.

그는 “마라톤을 하면서 지난 2013년 보스턴 마라톤 참가당시 테러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을 때가 가장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었다”며 “골인지점을 지나가며 서브-3을 첫 달성하면서 힘든 훈련을 감내했던 기억들이 스쳐지나가며 감격에 북받쳐 소리 질렀을 때가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

그는 일주일에 3-4회 정도 달린다. 주중에는 쫌 짧게, 주말에는 장거리를 뛴다. 지난해 총 달린 거리가 2,000마일 정도. 하루 평균 5마일 정도 뛰었다. 뛰러 나가려면 때론 귀찮을 때가 있다 그래도 뛰고 오면 카타르시스가 있어 달리기 자체가 습관이 됐다. 그리고 매해 풀코스를 완주하러 대회에 참가한다. 끊임없는 도전이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이미 헤어날 수 없는 마라톤의 ‘부작용 없는 마약’, 몸에 좋은 중독‘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는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위해 훈련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훈련하지 않는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을 위한 것도 아니고 마라톤도 아님을 알고 있는 것이다. 단지, 자신의 기록을 갱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달리고 또 달릴 뿐이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매번 직면하면서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적중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자기 자신이기에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을 때, 끝까지 완주하면 스스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가르치며 배운다.

그는 마라톤의 장점은 유산소 운동으로 건강에 최고며 끈기와 인내력을 향상시켜주고 생활에 활력을 주는 것이라 예찬한다. 마라톤이 힘들다는 생각에 시작을 망설인다면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걷기부터 시작해 조금씩 몸을 만들어 가며 거리를 늘려 가면 된다고 권유한다.

그는 지난 2년 전부터 자신이 다니는 데마레스트 성당의 형제자매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달리기를 망설이던 그들에게 좀 더 많은 경험이 있고 조금 더 빨리 뛸 수 있는 마라톤 선배로서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기 위해서다. 기초적이고 상식에 기준해 연습하며 무리한 훈련보다 부상을 막는데 더 신경을 썼다. 그러다보니 풀코스나 하프마라톤을 완주한 형제자매들이 한 둘 늘어갔다. 지금은 날씨에 상관없이 함께 뛰자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들을 보며 오히려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는 “달리기는 결코 다른 이들이 해 줄 수 없다. 처음에 호기심과 관심으로 시작하다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를 볼 때는 참으로 안타깝다. 달리기는 처음부터 기록을 목표로 삼지 말고 건강을 위해 가볍게 시작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무리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달리면 인생이 바뀐다
그는 마라톤이 자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다. 달리기를 하면서 자신의 삶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체중을 줄이니까 몸도 가벼워 졌고 피곤함도 사라졌다. 뛰다보면 관절에 다소 무리가 갈 때도 있지만 아픈 적이 없어졌다. 건강뿐만 아니다. 처음 달릴 때는 순간순간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뛰고 나면 그 이상의 쾌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힘들수록 더 달리기에 몰두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어려운 문제도 해결해 나가는 데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겼다. 달리기를 시작한 후에 자신의 생각이 완벽하리만치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인생의 목표와 목적이 뚜렷해지면서 삶의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 달리기는 살을 빼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됐다. 지금은 달리기 자체가 목적이 됐다. 달리다보니 느긋하고 우유부단했던 성격이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오늘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생각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고 말한다.

▲가족과 함께 마라톤 여행을

그는 마라톤은 험한 세상을 딛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서브-3 달성으로 앞으로 참가하는 대회에서 같은 기록을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올해 안에 풀코스를 2시간49분 내에 완주할 계획도 세웠다. 마라톤을 하면 삶의 목표와 그를 이루고자 하는 힘이 샘솟기 때문이다.

그는 행복을 걱정거리 없이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가족과 함께 마라톤 여행에 나서는 것이다. 연상이지만 사랑스런 아내가 지난해 행운을 얻어 뉴욕마라톤을 함께 완주할 수 있었다. 9세의 딸아이도 달리기를 좋아한다. 그러니 가족과 함께 아무 걱정 없이 마라톤 여행에 나서면 그것이 곧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혼은 행복의 관문이자 굴레라고 하지만, 지금은 굴레가 아닌 행복인 것이다.

아마추어 마라토너 4년차에 돌입한 그는 클럽활동 첫 해에 신인상을, 다음 해에 MVP를 그리고 지난해에는 서브-3 달성하며 명예전당에 가입하는 영예를 안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또 다른 목표를 정하고 끊임없는 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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