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증언 토대로 한 인권결의안 무효”
▶ 신동혁씨 일부 증언 오류 시인...북 인권문제 대반격
북한대표부, 안보리 공식문건 회람 요청
커비 COI 위원장, “인권보고서 내용엔 영향 없어”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최근 붉어진 탈북자 신동혁씨의 북한 관련 일부 증언 오류 시인 문제가 내달 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주유엔 북한대표부(대사 자성남)는 지난 21일 오후 언론 보도자료를 내고 자 대사가 같은 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신씨 사건을 지적하며 유엔이 채택한 모든 북한인권결의가 무효임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첨부된 편지 전문에 따르면 자 대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기여한 주요 증인 신동혁이라는 사람이 최근 자신이 허위 증언한 사실을 자백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한 ‘인권운동’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언급함에 따라 미국과 그 이외 국가들이 추진한 반 공화국 ‘인권’ 소동의 모략적 진상이 드러난 사실을 주목하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여러 차례 명확하게 했듯이 우리는 ‘정치범수용소’라는 것이 없으며 신동혁과 같이 소위 ‘탈북자’라는 사람들의 거짓 증언을 근거로 한 허위 문서인 COI의 보고서란 것은 애당초 유엔에서 다뤄질 가치도 없는 것 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 대사는 또 신씨를 ‘사기꾼(swindler)’ ‘기생충(parasite)’ 등 노골적으로 비하한 뒤 “13세 미성년 여자아이를 강간한 뒤 도주한 범죄자”라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COI 보고서가 신동혁과 같은 거짓말쟁이들의 거짓 증언으로 조작된 허위 문서로 밝혀진 만큼 이러한 허위 문서를 근거로 유엔 총회에서 강압 채택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권 상황에 대한 모든 ‘결의들’이 무효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고 강조했다.
자 대사는 신씨 관련 사태를 선전한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 페이지 링크들을 포함시킨 자신의 편지를 반 총장이 유엔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에 전달 해 각각 공식문건으로 회람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해 12월 유엔 총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데 이어 같은 달 북한인권 문제를 안보리 공식의제로 채택해 첫 관련 회의를 가진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인권 문제는 언제든 안보리가 논의할 수 있는 의제로 남아있어 총 15개 이사국 중 단 1개국의 요청만 있어도 의장국의 기존 의제 논의 일정 조율에 따라 회의가 가능하다.
뉴욕 유엔본부 복도에서는 자 대사가 이번 신씨 사건을 문제 삼는 편지를 반 총장에게 보내 안보리 공식 문건으로 회람되도록 요청한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안보리에서의 논의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 대사의 편지가 안보리 공식문건으로 회람되고 안보리 이사국, 또는 이사국들이 의장국에게 문건을 논의하는 회의를 하자고 요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분석은 올해 새롭게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을 시작한 5개국 중 지난 해 유엔 총회에서 COI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북한인권 문제가 안보리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북한인권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졌을 당시 반대표를 행사한 베네수엘라와 기권표를 던진 말레시아와 앙골라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당시 유엔총회 표결을 앞두고 쿠바를 동원해 북한인권결의안 수정안을 발의토록 했으나 표결에서 부결돼 실패한 바 있다.
또 여기에 내달 안보리 순회의장국을 역시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표를 행사한 것은 물론 북한인권 문제를 안보리 공식의제로 채택하는 여부를 결정하는 안보리 표결에도 반대표를 행사한 중국이 맡게 돼 있어 신씨 사건의 안보리 논의 가능성 분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자 대사가 안보리 공식 문건으로 회람을 요청한 편지에 “유엔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 소식통은 “북한이 총회에서 쿠바를 내세운 것과 같이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인 베네수엘라를 통해 이번 문제를 안보리 논의로까지 끌고 갈 것을 시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내달 의장국인 중국도 애당초 북한인권결의에 반대를 했고 최근 미국이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제4차 핵실험 임시중단 조건을 내걸은 북한의 양자접촉 제안을 거부한데 대해 불만을 표한 만큼 이사국의 요청에 떠밀리듯 회의 일정을 잡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엔 소식통은 “북한은 이번 신씨 사건을 최대한 확대시켜 북한인권 문제의 본질을 퇴색시키려한다”며 “안보리가 당장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열지 않더라도 신동혁씨, ‘14호 수용소 탈출’(Escape from Camp 14) 저자 블레인 하든, 마이클 커비 전 COI 위원장과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이 참석해 최근 붉어진 일부 증언 오류 시인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회의를 같도록 일부 이사국들을 상대로 시간을 두고 꾸준히 로비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신씨는 최근 하든의 책 내용과는 달리 자신이 어머니와 형의 ‘탈출’ 계획을 고발했을 당시 나이가 13세가 아닌 20세였으며 장소 역시 14호 수용소가 아닌 18호 수용소였다고 오류를 시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커비 전 COI 위원장과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록 신씨의 증언 가운데 일부에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위원회의 인권보고서 내용과 결론, 위원회의 유엔에 대한 권고에 변함을 줄만한 아무런 중요한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yishin@koreatimes.com
파란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
■ "신씨는 증인 300명 중 1명...북 인권상황엔 변함 없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실은 21일 북한 당국에 주민들의 인권과 생계 상태 향상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파란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붉어진 탈북자 신동혁씨의 북한 관련 일부 증언 오류 시인에 대해 “중요한 것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기록한 위반 경향이 여럿의 증언과 그를 뒷받침하는 다른 정보들에 근거를 뒀다는 사실이다”고 발표했다.
하크 부대변인은 이어 “COI는 인권이사회가 설립한 독립기구로서 입장을 우리가 대변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우리가 이해하기로 그 증인(신동혁씨)은 위원회가 증언을 청취한 300명 증 한명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크 부대변인은 또 “우리는 북한 당국에 자국민 인권과 생계 상태 향상을 위해 국제사회와 접촉(engage)할 것을 권고 한다"며 ”이를 위해 DPRK(북한)을 지원할 유엔의 의지를 재차 확인 한다“고 밝혔다.
하크 부대변인의 이날 발표는 앞서 하루 전 정례 브리핑에서 “주말에 탈북자이자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기여한 신동혁씨가 자신의 증언 일부가 틀렸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COI 보고서의 전반적인 신빙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가?”를 묻는 언론의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신씨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사실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확인한 셈이다.
이와 관련 스테판 듀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도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다시 또 신씨 사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미 보았겠지만 (COI) 보고서를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는 커비 위원장은 보고서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고 잘라 답변했다.
한편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앞서 지난 20일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가 수백명의 희생자와 증인들을 인용해 북한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이고 끔찍한 인권 유린이 만연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냈다”며 “신씨 관련 보도로 인해 증거가 충분한 북한의 개탄스러운 인권 상황에 대한 주의를 다른 데로 돌려서는 안된다”고 보도했다. yishin@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