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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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길을 개척하라

2015-01-26 (월)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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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영국 등정대가 첫 정상 정복을 시도한 에베레스트는 오랜 기간 인간의 발걸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후 많은 등반대의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다 1953년 영국 등반대의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족인 텐징 노르게이가 인류 최초로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이후 오늘까지 여러 국가 수백명의 등반대가 정상에 올랐지만 관계 있는 몇 사람을 제외하면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등산 장비가 크게 발전됐다 해도 8,850미터의 고산을 걸어서 올라가는 본질은 변함이 없지만 그 업적을 기억하지 못함은 역사성과 희소가치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 산악인들은 최초 무산소 등정이나 단독등반 혹은 아무도 가지 않았던 자신만의 새로운 루트를 이용한 정상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2009년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한국 등반대는 8,400미터 지점에 설치한 캠프를 출발하여 14시간20분 간의 생사를 건 사투 끝에 에베레스트 남서벽 새로운 루트를 통하여 정상에 오르는 업적을 남겼다.


이렇듯 산을 오르는데도 목숨을 건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오르거나 아무도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만들어 도전하고 있는데, 비즈니스 업계는 경쟁사를 모방한 치열한 제 살 깎기 경쟁에 몰입하고 있어 미래가 매우 걱정된다. 어느 업종이 잘된다는 말이 돌면 수요를 몇 배나 초과하는 경쟁자들이 순식간에 몰려 치열한 가격경쟁을 펼치다 공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떤 중소기업에서 제습기를 만들어 히트상품이 되면 다음 해 곧 바로 대기업을 포함한 수십 개의 업체가 같은 제품을 만들어 작은 시장에 참여한다. 공급과잉은 덤핑판매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애써 제품을 개발한 기업이 어려움에 빠진다.

이런 현상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손쉽게 다른 제품을 베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소위 말하는 미투전략은 요즘 모든 산업에 일반화 돼 당연한 걸로 받아들이지만 과연 이것이 정당한 처사인지 경영자 모두는 깊이 성찰해 볼 시점이다.

현존하는 기업 중 어떤 회사도 카피로 선두가 된 기업은 없다. 흔히 일본 사람들을 모방의 천재들이라 폄하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은 원천기술을 응용한 창의적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창조적 개념은 꼭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기존 상품이나 방식을 새로운 방법으로 해석하는 것도 창의적 개념에 속한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우버 택시나 자동차 공유도 지극히 단순한 발상이지만 창업자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수억달러를 벌었다.

외부 여건과 상관없이 매년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전략도 의외로 단순하다. 737단일 기종을 이용하여 서부 지역만 집중 운항하면서 가능하면 소규모 공항을 사용한다. 이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효율성을 높여 원가를 낮추는 경영전략이다.

그러나 노선이 겹쳐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던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보복경쟁을 검토하다 득보다 실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계획을 취소했던 일화는 경영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보기엔 쉽지만 경쟁사가 실천하기 어려운 핵심과제를 그들이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보다 몇 배나 큰 회사의 도전을 피할 수 있었으며 지금도 수익성이 가장 높은 항공사로 순항중이다.


이처럼 강한 기업의 공통점은 경쟁자를 모방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간다. 따라서 경쟁사가 공들여 개발한 제품을 베끼거나 디자인과 운영방식을 그대로 모방하는 잔재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면 성공의 역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기업가라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거나 다른 업종에 진출할 땐 그 목적을 수없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1등이 목표가 아니라 남이 하니까 따라하는 것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사업의 본질을 통찰하지 못하거나 목적이 불분명한 상태로 경쟁에 뛰어드는 건 사업가로서 자질이 없을 뿐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의 훼방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의 뒤를 따라 걷는 것은 쉽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멀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선 위험과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도전을 통하여 오는 고통은 자신과 회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창의적 발상은 어려움과 결핍의 와중에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공은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진정한 성공을 원한다면 용기 있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길 권한다.

<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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