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실 (감리교세계여선교회 회장)
새해가 되면 한 번쯤은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결심과 일을 생각하게 된다. 올해는 무슨 새로운 일로 내가 도전을 받고 성장하며, 어떻게 주위의 다인종들과 어우러져 이민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즈음은 이제 4개월 된 어린 쌍둥이 손녀딸들을 보며, 이민 3세대로 태어난 그들의 환경적, 물질적인 축복을 보면서 감사한다. 그러면서 이 아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열악한 상황에서 태어나고, 자라나야 하는 어린이들의 삶을 보고 읽을 때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어떻게 아주 조금이라도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민자로 살다보면 언어와 문화차이로 생기는 어처구니없는 오해로 자신이 피해자 같은 의식이 들기도 하며, 오랜 세월 “이민생활에 쫓겨”라는 핑계로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한 편한 생활을 하며 이것을 성공적인 이민생활이라고들 한다.
내가 노력하고 고생한 대가라는 자부심을 동반한 행동과 생각들은 우리가 이곳에 정착할 때 눈에 보이지 않게 도움을 주었던 선배 이민자들의 수고와 뜻을 잊고, 후배 이민자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원주민들을 밀어내고 흑인들을 노예로 잡아와 살아 온 유럽인들은 여러 정치적인 우여곡절과 인종차별로 동양인들에게도 이민의 문을 굳게 잠갔다가 50여 년 전에야 이민의 문을 열어 우리 한국인들도 미국 땅에 와 이민자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비교적 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우리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오는 새 식구들에게 환대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던 중, 여성 복역수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감옥에서 태어난 그들의 아기들을 위한 작은 사랑의 손길을 나누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축복을 받지 못하고 타인에 의해서 키워지는 어린 생명들에게 따뜻한 이불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보내주는 아기이불 뜨개질 선교다.
종교와 재주에 관계없이 이 어린 아기들을 축복하고, 그들의 바른 앞길을 위해 기도하며 한 땀씩 떠가며 만들어진 이불들은 그야말로 사랑과 눈물로 엮어진 귀한 선물이 된다. 비록 엄마의 사랑의 손길을 대하지는 못해도, 이름 모르는 수많은 여인들의 사랑의 손길이 듬뿍 담긴 따뜻한 이불을 덥고 자랄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자녀를 키워 본 여성들이면 동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선교는 종교에 관계없이 사랑과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베푸는 환대이며, 이런 나눔을 통하여 사랑을 체험하는 two way street을 말함이다. ‘뉴욕한인교회’ 여성들도 2년째? 아기 이불 뜨개질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6.25전쟁 후 자녀들의 옷을 모두 떠 입혔던 전문가 솜씨를 갖고 계시며, 여학교에서 뜨개질을 배웠던 50, 60대 세대들의 솜씨 역시 대단하다. 오랫동안 안하던 뜨개질을 다시 시작하며, 잊었던 패턴들을 서로 가르쳐 주며 정성껏 완성해 가는 그들의 모습은 진지하며 은혜롭다. 안 쓰던 팔을 오래 써서 조금 불편하다는 등 뜨개질로 엮어지는 수 많은 이야기를 담뿍 담은 이불을 내어 놓는 아름다운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도 뭉클하게 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24인치X30인치 정도 넓이의 털실 이불을 만들어 뉴욕한인교회 (633 West 115 Street, NY, NY 10025)로 언제든지 보내주면 이 선교사역에 동참 할 수 있다. (신생아 옷 기부도 환영하는데 모든 옷과 이불들은 한 번도 세탁한 적이 없는 새 물품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