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고객들이 몰래 영화.음악 불법 다운로드
▶ 누구 소행 확인 못한 채 수십만 달러 배상할 판
■사례 1=맨하탄 소재 한국계 기업인 H모 그룹은 지난해 중순 한 음반회사의 법률대리인으로부터 소장을 한 통 전달받았다. 저작권 침해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직원 중 누군가가 회사내 설치된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자신의 스마트폰에 노래 몇 곡을 다운 받은 것이 덜미를 잡힌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직원이 30명이 넘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떤 직원이 이 같은 불법다운로드 행위를 저질렀는지 알 길이 없다는 점이었다. 결국 범인 색출에 실패한 H 그룹은 자체적으로 수만 달러에서 최대 수십만 달러를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H 그룹의 이모 차장은 “직원들을 한 사람씩 불러놓고 심문을 해도 모두가 발뺌을 해 확인할 길이 없었다”면서 “우리 회사 인터넷을 이용해 불법다운로드를 한 행위가 너무도 명백해 합의금을 지불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례 2=2012년 퀸즈에서 민박업체를 운영하던 한인 강모(44)씨는 모 영화사의 법률대리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케이스. 누군가 강씨의 인터넷망을 이용해 불법으로 영화를 다운로드를 받았다는 것이 소장의 주요 내용이었다.
당시 강씨는 “손님이 많게는 10명씩 머물러 도대체 누가 언제 불법 다운로드를 했는지 알 길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영화사 측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결국 5,000달러를 민사 합의금으로 물어주고 소송을 종결했다.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한 무선기기의 이용이 급증하면서 무선인터넷, 일명 ‘와이파이(Wi-Fi)’를 제공하는 한인 사업체들 또한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일어나는 각종 불법행위를 막을 만한 안전장치가 미흡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 레코딩 산업협회(RIAA)를 비롯한 음반회사 연합과 영화배급사 등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음악과 영화 파일 공유자들의 인터넷 아이피(IP) 주소를 추적해 저작권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IP주소의 주인이 실제로 불법다운로드를 저지른 이용자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무선인터넷을 제공하는 한인 업체는 일반 기업체 사무실을 포함해 커피샵과 제과점, 네일샵, 민박 및 하숙 가정 등이다. 이중 상당수 업소들은 무선인터넷 비밀번호를 카운터 등에 적어놓는 방식으로 손님들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이 손님이 누구인지 물어보지 않는 것은 물론 불법행위에 가담했을 시 책임을 지겠다는 서약조차 받지 않고 있다. 불법다운로드를 하더라도 이후 누구인지 찾아낼 수 없을뿐더러 손님이 발뺌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업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와 같은 유명 커피샵 및 패스트푸드 체인이나 유명 호텔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려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만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있다. 손님들은 전자우편 주소를 입력해야 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겠다는 ‘동의’도 해야만 한다.
한인 업체들도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면 쉽게 해결되겠지만 과다한 설치·운영비용 때문에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뉴저지 팰리세이즈 팍 소재 한 커피샵 업주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영세한 업체에게 그런 시스템은 꿈만 같은 이야기”라면서도 “불법행위가 이뤄지면 그 책임이 우리 업주들에게 돌아온다는 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인 업체들이 저작권 위반 소송을 예방하려면 최소한의 대비책은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들은 ▲사업체 내부에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문구를 붙이고 ▲인터넷 속도를 낮춰 다운로드 속도가 과도하게 빠르지 않게 할 것 등을 대비책으로 제시했다. 또한 숙박업소는 ▲손님들이 머문 기록을 남기고 ▲비밀번호를 자주 바꿔 손님이 아닌 다른 이웃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함지하 기자>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