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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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단절, ‘마음속 분노’키운다

2015-01-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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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취재-한국 청소년 IS 가입으로 본 ‘은둔형 외톨이’

가족과도 소통 거부한 채 인터넷 속으로 칩거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 한인사회도 관심을

한국의 10대 청소년 김모(18)군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가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한국은 물론 뉴욕일원 한인사회도 큰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본보 1월19일자 A1면>

무엇보다 김군이 중학교를 중퇴한 뒤 지난 수년간 방 안에 기거하며 인터넷으로만 세상과 소통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뉴욕 일원 한인이민가정에도 이같은 ‘은둔형 외톨이’ 자녀로 고심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뉴욕 한인사회도 예외 아니다
‘은둔형 외톨이’는 학교나 교우관계 등 사회적 접촉을 모두 끊은 채 방안에만 머물러 있는 청소년 등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방안에서 인터넷과 게임으로만 시간을 보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모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조차도 부모가 방문 앞에 밥을 두고 물러가면 컴퓨터 앞에 앉아 홀로 먹는다.

‘은둔형 외톨이’의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단순히 집 안에 숨어 지내는 것을 넘어 자기만의 분노를 마음 속에 계속 쌓아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분노가 쌓이고 쌓여 언젠간 폭발할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지난 5년전 뉴욕 일원에 거주하는 A모(당시 15세)군은 한창 사춘기를 겪던 시절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우울증이 찾아왔고, 이후 학교에도 가지 않은 채 방 안에만 머무르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된 케이스다. 한 집에 살면서도 엄마와는 대화는커녕 수 개월간 서로 얼굴조차 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이 A군의 집을 찾아왔다. 혐의는 불법 총기제작 및 테러 모의.

경찰 조사결과 A군은 홀로 방에서 지내는 동안 ‘신나치주의(네오나치즘)’에 빠져, 사제 폭발물과 총기 제작에 과도한 관심을 보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관련 부품을 주문, 실제 무기를 만드는 일을 벌이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대책은 없나
청소년 상담 전문가 유스앤패밀리포커스의 이상숙 대표는 “고립된 아이들은 핵폭탄과 같은 무서운 잠재력을 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까지 ‘부모와의 갈등’, ‘사춘기시절 방황’, ‘왕따’ 등 분명하고 확실한 계기가 있는데, 이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로 자라게 되고 언젠간 터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청소년들 대부분이 은둔형 외톨이였다. 이들의 분노는 홀로 방안에 있으면서 점점 커졌고,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시기가 대부분 12~15세 사이”라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 전까지 공통적으로 부모에 대한 공경심이 급격히 사라지고, 대화 장벽이 생기면서, 같이 식사자리에 앉지 않는 등의 문제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문제를 빨리 인식하고 상담기관 등 전문가를 찾아야 해결이 쉽다”고 덧붙였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겪고 있는 가정에게 인내를 가진 상태로 문제 해결을 노력할 것과 자녀들의 심정을 최대한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들 은둔형 외톨이 자녀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잦은데 이때 맞대응을 피하고, 자리를 피할 것을 권했다.<함지하 기자> 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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