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에 있는 ‘코리안 컬쳐 센터’ 수업에서 타인종들이 한국어를 따라하고 있다.
맨하탄 한국어학원 강의실, 성인학생 빼곡
한류 즐기려...비즈니스 목적...크게 늘어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합니다.”
토요일 한 교실에 모인 20여명의 학생들이 더듬더듬 한국어를 따라하고 있었다. 여고생부터 50대 아줌마까지 나이, 피부색이 제각각인 이 학생들은 선생님이 알려주는 말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입모양을 주시하고 있었다.
선의, 홍보대사 등 한자어로 된 한국어를 따라하는 학생들에게 "중급반이라고는 하지만 단어들이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한자어인지 순수 한국어인지 어차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지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요즘 뉴욕에서는 성인들 사이에 한국어를 배우는 열기가 뜨겁다. 기존 한국어 수업이 어린 한인 2세들을 대상으로 이뤄졌었다면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주말 시간을 쪼개 한국어를 배우려는 타인종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맨하탄 32가에 위치한 한국어 학원 ‘코리안 컬처 센터’에는 한 학기당 70~80여명의 성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4년전 이 곳에 처음 문을 열 때 학생이 10명 남짓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8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코리안컬쳐센터의 이금숙 원장은 "뉴욕·뉴저지는 한인 밀집지역이다보니 한인 2세들을 위한 한국학교는 오래전부터 개설됐었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최근 2~3년간 K팝, K 드라마가 급속히 퍼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10~30대 타인종들은 대부분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영향으로 한국문화를 접하기 시작하면서 언어까지 배우게 된 경우가 많다. 브루클린에 사는 고등학생 티아라 널스는 "K팝이 좋아 한국 노래를 따라하기 시작했는데 소리로 가사를 외우다가 노랫말이 지닌 의미를 알고 싶어 2013년부터 한국어 수업을 듣게 됐다"며 "이제 드라마에서 나오는 간단한 한국어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인 배우자와 결혼한 타인종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도 늘었다. 영어가 서툰 배우자의 가족들과 의사소통을 위해 차라리 자신이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이유에서다.
성인이 된 한인 입양아들을 위한 한국어반도 있다. 뉴욕한국교육원은 이달 말부터 처음으로 성인 한인 입양아를 대상으로 주 2회씩 한국어 수업을 진행한다.
박희동 원장은 "한 입양아 단체로부터 성인이 된 한인 입양아들이 자신의 뿌리인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받아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게 됐다"며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성인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경제 성장으로 한국과의 교역이 증가하고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려는 성인들도 많아졌다. 지난 20년간 뉴욕에서 한국어를 가르쳐온 뉴욕한국어교육원은 3월중 직장인들을 위한 비즈니스 한국어반을 새로 열 계획이다.
이선근 원장은 "요즘은 업무상 한인을 대하는 일이 많아지고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이 늘어나면서 실용적인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타인종과 한인 2세들이 많아졌다"며 "직장 생활 중 필요한 전문 용어나 격식있는 대화법을 가르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컬럼비아대 한국어반을 가르치는 이범 교수는 "4~5년전부터 중국어, 일본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반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며 "단순히 한국에 대한 관심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것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되면서 학생들의 관심이 더욱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김소영 기자>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