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같았던 직원에 뒤통수 “브로커가 시켜서...”
▶ “노동법 소송 걸면 최소 1만달러 손에 쥔다”부추겨
#사례. 브루클린에서 델리가게를 운영하는 한인 김모씨는 얼마 전 연방법원으로부터 소장을 건네받았다. 몇달 전 고향으로 돌아간다며 관둔 직원이 걸어온 ‘노동법’ 소송이었다. 비록 인종은 다르지만 친동생처럼 여기며 함께 한 시간만 10년이 넘었기에 김씨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김씨는 즉시 이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지기 보단 자초지종을 듣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랬더니 이 직원이 머뭇거리면서 털어놓은 대답. “미안하다. 난 브로커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최근 들어 뉴욕일원 한인 소규모 업소 종업원을 대상으로 ‘노동법 소송’을 부추기는 일명 ‘노동법 소송 전문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어 관련 한인 업소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년 전 뉴욕시내 노조들이 조직적으로 종업원들을 노조에 가입시킨 뒤 줄소송을 걸어오는 바람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던 한인 업주들에게 또 다른 악재가 터진 것이다.
주로 히스패닉계로 알려진 노동법 소송 브로커들은 맨하탄과 퀸즈, 브루클린 등을 돌며 자신과 같은 언어, 문화권의 종업원에게 은밀하게 접근한 뒤 ‘노동법 소송을 걸면 최소 1만달러는 손에 쥘 수 있다’고 현혹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특히 노동법 소송이 체류신분과 상관이 없이 제기할 수 있는데다 이미 성공해 수만달러를 손에 쥔 사례를 소개하는 적극적인 방식을 통해 종업원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결국 종업원들이 유혹에 넘어오면 브로커는 자신과 연계된 변호사에 넘겨 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걸게 된다.
이 같은 브로커의 행위는 현행 변호사법 테두리 안에선 명백한 위반 사항이다. 변호사는 손님을 소개받았다는 이유로 사례를 할 수 없게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노동법 변호사들이 소송건을 소개해줄 때마다 브로커에게 수백달러를 건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같은 소송 브로커들의 횡포 때문에 가족처럼 지냈던 직원에게 소위 ‘뒤통수’를 맞았다고 호소하는 한인 업주들이 최근 수개월새 부쩍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맨하탄에서 청과상을 운영하는 한인 박모씨 역시 브로커에게 피해를 본 케이스다. 박씨는 “직원들이 쉬는 공간에 어느 날부터 스패니시 남성이 드나들더니, 직원 2명이 관두고, 이후 이들에게 소장을 받았다”면서 “나중에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자신들도 그 스패니시 남성이 소송을 하라고 부추겼다더라. 브로커였던 거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불체자라는 이유로 임금 기록과 세금을 낸 기록을 소홀히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은 당연히 지불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씨는 이를 증명할 길이 없어 변호사의 합의 권유를 따를 생각이라고 전했다.
실상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브로커의 접근을 막거나, 이들을 고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한인 변호사들은 지적한다. 누가 브로커인지 알 방법이 없는데다 설령 브로커인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불법행위를 밝혀줄 ‘노동법 변호사와의 커넥션’을 입증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정홍균 변호사는 “이민자 직원들에겐 노동법 소송을 통해 받는 합의금 혹은 승소비용 몇 만달러가 자기 모국에서 집을 한 채 살 수 있을 만큼 매우 큰 돈”이라면서 “아무리 친했던 직원이라도 돈 앞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불체 직원이라 할지라도 일한 시간이나 임금에 대한 기록을 철저히 해서 만약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직원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의 고충이 뭔지 미리 파악하는 것도 업주가 가져야 할 지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함지하 기자> 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