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가 추정한 LG전자 신사옥의 완공 후 모습. 허드슨 강변 팰리세이즈의 나무 숲 위로 건물이 튀어나와있다.
비난광고 게재.불매운동 등 압박수위 높여
“무리수 두지 말자” 내부적 분위기 형성
신사옥 신축문제로 환경단체들과 논란을 빚어왔던 LG전자가 결국 건물 높이를 조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3년간 치열한 공방을 펼쳐온 LG전자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의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처음 이 문제가 불거진 건 2011년 11월 뉴저지 잉글우드 클립스 타운의 조닝보드(도시계획위원회)가 LG전자가 요청한 8층(143피트) 높이 건물 신축안을 통과시키면서부터다.
당초 실반 애비뉴 선상의 해당 조닝은 건물을 질 수 있는 높이가 약 2층에 해당하는 35피트. 하지만 조닝보드는 찬성 6표, 반대 1표로 LG전자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미 잉글우드클립스 내에 본사를 두고 있던 LG전자가 새 건물을 통해 고용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약속하자, 조닝 보드가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주민 일부가 반발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이듬해 4월 주민들이 조닝보드의 결정이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월권’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특히 건물이 완공될 경우 건물 끝 꼭대기 부분이 허드슨 강변에 펼쳐진 팰리세이즈(절벽) 나무 숲 위로 튀어나와 풍광을 해치게 될 것이라는 환경단체의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심화됐다. 거기에다 18세기 팰리세이즈 일대 부지를 주정부에 기증했던 라커펠러 재단을 비롯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 정치인과 뉴욕타임스와 같은 유력 언론사까지 합세해 LG전자를 압박했다.
그러나 법원이 2013년 8월 타운 조닝 보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LG전자는 불과 3개월 후인 같은 해 11월 대대적인 행사를 열고 착공에 돌입했다. 특히 ‘자연경관 훼손’이라는 비난을 의식한 LG전자는 이날 내빈들과 함께 첫삽을 공사용 흙이 아닌 나무를 심는 데 사용하는 퍼포먼스까지 펼쳤다.
하지만 신축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LG전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광고를 주요 일간지나 대형 간판 등에 꾸준히 게재하고, 베스트 바이와 같은 전자제품 판매점 앞에서 불매운동 시위를 전개하면서 LG전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여기에 잉글우드 클립스 타운 시의회마저 LG전자 이후에 지어지는 건물의 고도를 기존 조닝인 35피트로 변경하면서 LG전자로선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논란이 지속되면 신사옥을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며 우회적으로 타운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신사옥의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웹사이트까지 만들어 적극적인 방어 자세에 나섰던 LG전자는 결국 기존 건물의 철거작업만 마무리했을 뿐, 새 건물공사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사회 여론이 환경단체 쪽으로 기울였다는 판단이 큰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지 말자는 분위기가 LG전자 내부에서도 형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층수를 낮추자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여기에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함지하 기자>
■LG전자 미주본사 신사옥 신축 난항 일지
2011년 11월 조닝보드, LG측 조닝변경 승인
2012년 4월 일부 주민 조닝보드 상대 소송
2013년 6월 뉴욕타임스, 신축 반대 사설 게재
2013년 8월 법원 주민 패소 결정
2013년 11월 LG, 착공식 개최
2014년 4월 쿠오모 뉴욕주지사 신축 반대서한
2014년 7월 LG, 떠날 수 있다며 타운측에 경고
2014년 8월 타운 의회, 높이제한 원상복귀 결정
2014년 12월 LG, 층수 낮추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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